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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라인 넘을라" 중국 제재 '서방동맹' 지켜보는 일본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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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라인 넘을라" 중국 제재 '서방동맹' 지켜보는 일본의 고민

입력
2021.04.01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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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중국 베이징 시내의 한 쇼핑몰 내 영국 명품 패션브랜드 '버버리' 매장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버버리는 강제 노동 등을 이유로 신장에서 생산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외국 기업 가운데 하나로 지목돼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다. 중국 기업 텐센트(騰迅·텅쉰)는 자사 모바일 게임인 '왕자영요'(王者榮耀)에서 버버리와 협업해 선보였던 의상(스킨)을 제거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26일 중국 베이징 시내의 한 쇼핑몰 내 영국 명품 패션브랜드 '버버리' 매장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버버리는 강제 노동 등을 이유로 신장에서 생산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외국 기업 가운데 하나로 지목돼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다. 중국 기업 텐센트(騰迅·텅쉰)는 자사 모바일 게임인 '왕자영요'(王者榮耀)에서 버버리와 협업해 선보였던 의상(스킨)을 제거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등 서구 민주주의 진영 국가들이 중국의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을 겨냥해 동시다발적 제재에 나선 가운데, 미국의 동북아 전략 '주춧돌'인 일본이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무역규모 1위 상대국인 중국과의 갈등이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EU 영국 캐나다는 3월 22일 위구르 문제와 관련해 신장 자치구 당국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재를 일제히 발표했다. EU의 대(對)중국 제재는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 발동한 것으로, '인권 외교'와 관련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동맹 규합 결과물로 꼽힌다. 하지만 다음 날인 23일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이를 “알고 있다”면서도 “외국환관리법상 인권 문제만을 이유로 제재를 실시하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중국 제재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한 것이다.

중국 제재 참여 안 한 일본 기업 주가도 급락

이를 두고 니카타니 겐 전 방위장관 등 자민당 우익 일각에선 대중 제재가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제제가 이루어질 경우 무역 규모 1위인 중국으로부터 치명적인 보복을 당할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중국은 제재에 동참한 서방 국가의 브랜드에 대해 보복을 시작했다. 불매운동이 일어나자 제재에 참여한 적도 없는 일본 브랜드 무인양품(MUJI)의 주가가 중국 판매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하루 만에 6.8%나 급락하기도 했다.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 금지 등 미국의 조치에 이미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일본 기업도 수두룩하다. 소니와 화웨이 간 거래 규모는 연간 2,000억 엔, 일본 기업의 화웨이에 대한 부품 수출 규모는 약 1조 엔에 이른다. 사사키 노부히코 일본무역진흥회 이사장은 “일본 경제 입장에서 중국 경제는 인연을 끊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면서 “동시에 어느 한쪽의 ‘레드라인’을 넘기기라도 하면 회사가 망해 버릴 수 있어, 과거 어느 때보다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권 문제로 제제엔 신중' 언제까지 통할까 고민

일본 정부는 중국의 남ㆍ동중국해 진출 등 영토 문제에 관한한 강경한 입장이다. 올 들어 중국이 해경법을 발효하고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인근 해상에 중국 선박이 자주 출몰하자 신경이 곤두서있다. 3월 16일 도쿄에서 진행된 미일 외교ㆍ국방장관 회담 공동문서에선 중국을 명시적으로 비판해 중국으로부터 “미국의 속국”이란 모욕적 언사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과의 긴장이 영토를 넘어 인권 문제로 확장될 경우 일본으로선 “중국과의 대립이 결정적"으로 굳어질 우려가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분석했다.

문제는 현재의 신중한 자세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경제 안보, 미중의 틈새에서'라는 연재를 시작하며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의 연장선상이지만 동맹국을 끌어들이는 기세는 더하다"는 일본 외무성 간부의 말을 전했다. 일본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키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언론에서 "(경제적 영향을 고려할 때) 구미 국가들의 제재에 일본이 참여하지 않은 것은 일정 부분 합리성이 있다”며 “그러나 지역 안보 면에서 대중 강경 자세를 보이면서 인권 문제는 신중한 태도를 바이든 정권이 언제까지 허용할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경제의 손실을 각오하고 중국 인권 문제를 놓고 미 동맹국과 강하게 협력해야 할지, 어려운 택일의 시간이 곧 닥친다는 것이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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