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도박’ 의혹 벗고 복귀해 5번째 우승?
“은혜를 받았는데, 보답할 수 있어서 다행”?
“쉴 시간 충분…아직 고삐 늦추고 싶지 않다”
“챔프전 관건은 컨디션 유지와 알렉산더”

전창진 전주 KCC 감독이 2월 4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뉴스1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명장' 전창진(58) 전주 KCC 감독이 다시 한번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원주 동부, 부산 KT 등을 이끌며 정규리그(4회)와 챔피언결정전(3회)에서 수많은 우승을 거머쥐었던 전 감독이, 개인 통산 5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한 것이다. 3개 팀을 우승으로 이끈 감독은 프로농구 사상 전 감독이 처음이다.
하지만 전 감독의 목소리에선 우승의 기쁨보다는 챔프전에 대한 비장함이 더 느껴졌다. 전 감독은 31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후에 경기장에 가면 좀 분위기를 느낄지 모르겠지만, (경기에서 승리한 뒤) 소식을 접한 게 아니라 사실 좀 덤덤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플레이오프도 더 절실하게 준비하겠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많다”고 힘줘 말했다.
그에게 이번 우승은 특별하다. 다시는 농구를 하지 못할 수도 있던 상황을 딛고 일궈낸 10년 만의 우승이기 때문이다. 감독으로 승승장구했던 전 감독은 2015년 불법 스포츠 도박과 승부 조작 의혹에 휘말려 농구계를 떠났었다. 불명예스러운 퇴진이었다. 하지만 검찰 무혐의 처분에 이어 단순 도박 혐의도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5년 만인 2019년 7월 KCC 사령탑으로 코트에 복귀했다.
전 감독은 자신이 ‘은혜를 받은 사람’이라고 했다. 전 감독은 “쉬는 시간도 길었고, 안 좋은 일에 시간을 많이 빼앗겼다. 그런 저를 KCC가 선택해줘 다시 일을 할 수 있었다. 은혜를 받았다. 꼭 한 번은 좋은 결과를 내 보답하고 싶었는데 그게 올해가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KCC는 개막 전엔 우승 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시즌 초반 라건아가 부상을 당하는 등 악재도 겹쳤다. 하지만 탄탄한 조직력과 수비를 앞세워 승리를 이어갔다. 지난해 12월 19일 1위 자리를 꿰찬 이후 단 한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시즌 중반에는 12연승을 달리는 매서운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전 감독은 여론의 박한 평가에도 이번 시즌 우승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는 “지난해 여름 훈련을 하고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어느 감독이나 그랬겠지만 우승이 목표였다. 선수들이 잘해줬다”라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초반에 (라)건아가 다치는 바람에 큰 위기가 왔었는데, 국내 선수들이 잘 넘겼다. 그때 5승을 했다는 건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돌아봤다. 선수들의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전 감독은 “1위로 올라가니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12연승 때는 누구와 붙어도 안 질 정도였다. 경기를 하면 할수록 선수들이 강해졌다. 그게 플러스가 되고 시너지가 돼 팀이 단단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제 KCC는 챔프전으로 직행해 22년 만의 통합우승을 노린다. 전 감독은 “마지막까지 혼전이 될 것 같아 어느 팀이 올라올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다 해볼만하다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선수들 컨디션 유지가 제일 중요하고, 조 알렉산더 합류 이후 콤비네이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위를 확정 짓긴 했지만 아직 정규리그 3경기가 남았다. 고삐를 늦추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는 “그 동안 못 뛰었던 후보나 2군 선수 중에서 팬들이나 본인이 원하는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일단 구단하고 상의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고삐를) 늦추고 싶은 마음은 사실 없다. 플레이오프 기간 15일을 충분히 쉰다. 정규리그가 끝날 때까지는 우리 페이스대로 끌고 가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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