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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쓴 초유의 드라마... 연기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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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쓴 초유의 드라마... 연기의 비밀

입력
2021.04.01 04:30
수정
2021.04.05 15:49
21면
0 0

팬데믹이 바꾼 TV
주말극 '오케이 광자매'서 마스크 쓴 배우들
'토마토는 자가격리 중?" '빈센조'선 코로나 세계관 대사로
'해피니스' 등 '위드 코로나' 시대 기획 잇따라?
"마스크 쓴 채 거울 보고" 배우들도 도전

KBS 주말극 '오케이 광자매'에서 광자매 둘째 광식(전혜빈·오른쪽)이 두 아이를 돌보는 로커 지망생인 한예슬(김경남·왼쪽 두 번째)에게 지하철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 모든 배우들이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초록뱀미디어·팬엔터테인먼트 제공

KBS 주말극 '오케이 광자매'에서 광자매 둘째 광식(전혜빈·오른쪽)이 두 아이를 돌보는 로커 지망생인 한예슬(김경남·왼쪽 두 번째)에게 지하철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 모든 배우들이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초록뱀미디어·팬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로나19 사태에 어머니를 갑작스럽게 잃은 자식들은 빈소에서 마스크를 쓴 채 통곡했다. 혼자 사는 아버지도 걱정이다. "마스크 5부제 한다니까 까먹지 말고 꼭 사세요". 아들은 "본인이 신분증 들고 직접 (약국에) 가야 한다"며 전화로 신신당부하지만, 말귀가 어두운 아버지는 마스크 구매법을 제대로 못 알아 듣는 눈치다. 아버지 거실 건조대엔 다시 쓰려고 손빨래한 면 마스크가 널려 있었다.

시청률 25%를 웃돌며 인기인 KBS2 주말극 '오케이 광자매'에선 코로나 사태로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이런 모습들이 실감 나게 그려진다.

현실과 달리 그동안 드라마엔 코로나가 살지 않았지만, 요즘엔 다르다. 주연 배우들이 마스크를 쓴 채 연기를 하고, 대사로 코로나 세계관을 전달하는 작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감염병을 단 한 번도 겪지 않은 모습만 재현돼 등을 돌린 시청자와의 거리감을 좁히려는 시도다. 팬데믹 햇수로 2년, 드라마와 코로나와 동거가 시작된 배경이다.

그간 방역 칸막이가 등장한 시사·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드라마는 '별세상'이었다.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표정 연기를 보여줄 수 없고, 갑갑한 현실을 잊도록 판타지를 줘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드라마 '오케이 광자매' 이철수(윤주상)의 집 거실 건조대에 널려 있는 마스크들. KBS 방송 캡처

드라마 '오케이 광자매' 이철수(윤주상)의 집 거실 건조대에 널려 있는 마스크들. KBS 방송 캡처


"마스크 안 쓰고 다니면 어떡해"

생활밀착형 드라마를 주로 써 온 문영남 작가는 되레 현실성을 살리려 코로나와 드라마의 동거에 다리를 놨다. 13일부터 방송된 '오케이 광자매'에선 모든 배우가 마스크를 쓰고 나온다. 코로나 사태가 불거진 뒤 국내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마스크를 쓴 채 TV에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극 중 관공서에서 일하는 광자매 둘째 이광식(전혜빈)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아빠(윤주상)에게 "마스크도 안 쓰고 이러고 다니면 어떡하냐"며 걱정하고, 광자매 첫째 광남(홍은희)은 퇴근 후 남편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손" 하며 그의 손에 손세정제를 뿌려준다. 시청자들은 이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31일 온라인 맘카페 등엔 '드라마에서 맨날 마스크 안 쓰고 길거리 다니고 놀이공원 카페 가서 괴리감이 컸는데, 이젠 마스크 없으면 안 되는 세상이니 현실감 느껴진다' '대사에 거리 두기 내용도 나오고 우리 아빠도 마스크 잘 안 썼는데 왜 안 쓰냐고 하는 모습이 공감됐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70여 분 방송 내내 마스크 쓴 장면만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 집이나 2~3명이 모여 밖에서 대화하는 장면 등에서 배우들은 '턱스크'를 한 채 연기한다. '오케이 광자매'의 이진서 PD는 "공공장소에서의 단체촬영이 아닌 곳에서 표정과 대사가 중요한 장면에선 마스크를 잠시 내리고 촬영을 한다"며 "시청자들이 너무 갑갑해 할 수 있고 드라마라는 장르적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오케이 광자매'에서 세 자매인 광태(고원희·왼쪽부터), 광남(홍은희), 광식(전혜빈)이 모두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걷고 있다. KBS 방송 캡처

드라마 '오케이 광자매'에서 세 자매인 광태(고원희·왼쪽부터), 광남(홍은희), 광식(전혜빈)이 모두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걷고 있다. KBS 방송 캡처


드라마 '오케이 광자매'에서 광자매 맏딸 광남(홍은희)이 마스크를 쓴 채 집에 온 아버지와 얘기하는 모습. KBS 방송 캡처

드라마 '오케이 광자매'에서 광자매 맏딸 광남(홍은희)이 마스크를 쓴 채 집에 온 아버지와 얘기하는 모습. KBS 방송 캡처


홍은희·전혜빈의 생애 첫 마스크 연기 도전기

배우들은 난생처음 마스크를 쓰고 연기하는 게 어렵지 않을까. 드라마에서 광자매 맏딸 광남 역을 맡은 홍은희는 본보에 "표정으로 많은 감정을 담아내야 하는 배우 입장에서 마스크를 쓴 채 얼굴의 반이 가려진 상태에서 연기하다 보니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코로나 시국이 1년 넘게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들의 일상을 많이 담아내는 주말드라마에 현시대를 반영하는 게 공감이 됐고, 그래서 마스크를 쓴 채 거울을 보며 눈으로 짓는 표정을 다양하게 시도하며 준비했다"고 귀띔했다. 둘째 광식 역을 연기한 전혜빈은 "대사할 때 마스크가 코 밑으로 살짝 흘러내리기도 하고 마스크가 소리를 막아 먹먹하게 들려 어려움도 있었다"며 "하지만 시대의 상황을 보여주는 드라마고, 마스크를 쓰고 촬영하는 데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적응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열체크 기기를 활용한 몰래카메라로 방송인 유재석을 놀래키려 하고 있다. MBC 방송 캡처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열체크 기기를 활용한 몰래카메라로 방송인 유재석을 놀래키려 하고 있다. MBC 방송 캡처


열체크는 반전 소재... '코로나 20학번' 얘기도

코로나 세계관은 여러 드라마에서 움트고 있다. "토마토는 자가격리 중인가요? 전혀 풍미가 느껴지지 않아요". tvN 드라마 '빈센조'에서 주인공인 빈센조(송중기)는 맛없는 파스타를 코로나 세계관으로 표현하고, 드라마는 열 체크를 집단 폭력의 반전 소재로 활용한다.

일본 지상파 방송사 NTV에서 지난해 방송한 드라마 '리모 러브'(Remote Love)에서 배우들이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쓴 채 입맞춤을 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코로나로 인한 원격 로맨스를 그렸다. NTV 방송 캡처

일본 지상파 방송사 NTV에서 지난해 방송한 드라마 '리모 러브'(Remote Love)에서 배우들이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쓴 채 입맞춤을 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코로나로 인한 원격 로맨스를 그렸다. NTV 방송 캡처


미국 지상파 CBS에서 방송된 드라마 '올 라이즈' 시즌2에서 배우가 방역 도구를 얼굴에 쓴 채 일하고 있다. CBS 방송 캡처

미국 지상파 CBS에서 방송된 드라마 '올 라이즈' 시즌2에서 배우가 방역 도구를 얼굴에 쓴 채 일하고 있다. CBS 방송 캡처


코로나 세계관을 반영한 드라마도 여럿 기획되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감염병이 일상화된 시대에 신축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계층 갈등을 담은 '해피니스'를, 앤드마크스튜디오는 코로나로 대학생활이 산산조각 난 20학번들의 얘기를 다룬 '00년생이 온다'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지상파 방송사(NTV)에선 팬데믹 시대에 달라진 원격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운 '리모 러브(Remote Love)'를 내보내기도 했다.

드라마 평론가인 박진규 작가는 "팬데믹 초기엔 전염병 좀비 장르가 관심을 받았다면, 앞으론 일상 변화를 중심으로 한 얘기들이 더 다양하게 펼쳐지고 거대 서사가 아닌, 따뜻하게 위안을 줄 수 있는 힐링 콘텐츠들이 더 나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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