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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배경인데 민주화 운동 안 다룬다?" 끝나지 않은 '설강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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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배경인데 민주화 운동 안 다룬다?" 끝나지 않은 '설강화' 논란

입력
2021.03.3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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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드라마 내용 일부 공개하며 2차 해명
"허위 사실 유포 말라" JTBC '엄포'에도?
촬영 중단 청원은 15만 명 육박

올해 하반기 방송을 앞둔 JTBC 드라마 '설강화'의 출연진. JTBC 제공

올해 하반기 방송을 앞둔 JTBC 드라마 '설강화'의 출연진. JTBC 제공

SBS 퓨전사극 '조선구마사'의 방영 중단 이후 역사왜곡 논란이 하반기 방영 예정인 JTBC 드라마 '설강화'로 옮겨 붙어, 그 강도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해당 드라마의 내용이 민주주의를 폄훼하고 독재 정권을 정당화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JTBC는 30일 내놓은 입장을 통해 드라마 내용 일부를 공개하며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네티즌 반응은 싸늘하다. 해명에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계속 이어졌다.

청와대 청원에 협찬 취소, 종영 전 '조선구마사'와 비슷한 흐름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 캡처

26일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에서 서명을 시작한 "JTBC 드라마 설강화의 촬영을 중지시켜야 한다"는 청원에는 31일 기준 15만 명 가까운 인원이 서명했다. 아울러 협찬 기업 중 하나인 '흥일가구'가 협찬을 취소하겠다고 밝히는 등, 이 드라마에 대한 대응은 앞서 여론의 비판으로 방영을 중단한 '조선구마사'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JTBC는 26일 처음으로 입장을 발표한 후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30일 드라마 내용 일부를 공개하면서 추가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이 해명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JTBC의 입장을 보면, '설강화'는 1987년을 배경으로 하지만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닌 1987년 대선 정국을 다루는 드라마로, "군부정권, 안기부(안전기획부) 등 기득권 세력이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 독재 정권과 야합해 음모를 벌인다는 가상의 이야기"다.

하지만 온라인에선 이런 해명이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1987년 5월을 배경으로 하면서 민주화 운동을 다루지 않는다는 설정이 비현실적이며, 1987년 대선 자체가 6월 민주항쟁의 결과물인 만큼 민주화 운동을 엮지 않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독재정권의 얼굴'인 안기부 요원이 '대쪽 같다'는 설정에 대해서도 JTBC는 추가 해명을 내놨지만 이 역시 통하지 않고 있다. JTBC 측에 따르면 이 직원은 "간첩을 만들어내는 것에 환멸을 느껴 해외 파트 근무를 자처했다"는 설정이다.

하지만 한 네티즌은 "당시 안기부(현 국정원) 해외 파트 역시 해외의 우리 국민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했고, 간첩 사건을 조작하기도 했다"며 예시로 '수지 김 사건'과 '김대중 납치 사건'을 들었다.

수지 김 사건은 1987년 국내 기업의 홍콩 주재원이었던 윤태식이 부인 수지 김을 목졸라 살해한 상태에서 안기부가 그를 북한 간첩으로 몰고 남편의 납북을 기도한 사건으로 위장한 사건이다.

김대중 납치 사건은 1973년 당시 일본에 망명 중이던 야권 유력 정치인 김대중을 안기부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납치한 사건이다.


"민주화 인사 암시" 지적에 주인공 이름 '영초' 변경


30일 JTBC가 '설강화'의 일부 내용을 공개하면서 내놓은 2차 해명. JTBC 트위터 캡처

30일 JTBC가 '설강화'의 일부 내용을 공개하면서 내놓은 2차 해명. JTBC 트위터 캡처

네티즌의 지적이 일부 반영된 것도 있다. 여자 주인공 이름 '영초'는 실존하는 민주화 운동가 천영초에게서 따 온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JTBC는 "인물 이름 설정은 천영초 선생님과 무관하다"면서도 "선생님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관련 여주인공 이름은 수정하겠다"고 했다.

앞서 네티즌들은 '영초'라는 이름이 흔하게 보기 힘들다는 점, 천영초가 1970년대 운동권의 상징적인 인물이자 박정희 정권의 긴급 조치로 피해를 입은 인물이라는 점, 천영초의 실제 남편인 정문화는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간첩으로 조작돼 고문을 받고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인물이라는 점 등을 들어 "실제 민주화 인사들을 모욕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화 운동 시기를 '블랙 코미디'로 다룬다거나, 남자 주인공이 남파 간첩 신분임에도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운동권으로 오해받았다는 설정 등에 대한 해명은 내놓지 않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JTBC는 해명에서 "이 시간 이후부터는 미방영 드라마에 대한 허위 사실을 기정사실인 양 포장해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를 자제해 달라"는 표현까지 썼지만, 이 드라마의 "촬영을 중단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에 대한 서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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