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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오른쪽) 국방부 차관과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이 2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전략대화에서 국방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국과 러시아 국방차관이 3년 만에 만났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과 미얀마 군부의 시위대 유혈 진압 등의 민감한 소재가 적잖게 대화 테이블에 오르면서 양측 간 미묘한 입장차만 도드라졌다.
29일 국방부에 따르면 박재민 차관은 방한 중인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을 가졌다. 한국과 러시아는 2012년부터 차관급 정례회의체인 '한러 국방전략대화'를 개최해 왔으나 2018년을 마지막으로 열리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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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이 지난 26일 미얀마를 방문해,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으로부터 검을 선물받고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 차관, 미얀마 군부 만나 옹호
1시간 40분간 진행된 회담에선 지난 2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미얀마 군부의 유혈 진압 등 양측이 입장차를 보이는 소재가 주요 화제였다. 특히 포민 차관은 방한 전인 27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미얀마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미얀마 쿠데타 군부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양측의 입장차는 국방부의 보도자료에서도 엿보였다. 박 차관은 미얀마 정세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미얀마 국민들의 반대시위에 대한 군과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을 규탄하고 이러한 폭력이 즉각 중단될 것을 국제사회와 함께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일 등 12개국 합참의장들은 지난 28일 시민들을 유혈 진압한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내놓은 바 있다.
포민 차관은 "미얀마 사태는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다"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방한 전 미얀마 방문 당시엔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미얀마는 동남아는 물론 전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러시아의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자 전략적 파트너"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열병식에는 러시아가 수출한 T-52 전차, 미그-29 전투기 등이 다수 등장했다. 이를 감안했는지 국방부 보도자료에는 '미얀마 사태'에 대한 포민 차관의 언급은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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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북러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도 원론적 입장만
박 차관은 포민 차관에게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아울러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진전시키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을 당부했다.
이에 포민 차관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지지하며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을 강조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25일 북한이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발사 시험은 러시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만 했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 동맹’ 강화에 맞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 밀착이 강화하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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