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B·C급 전범으로 분류돼 옥살이를 한 한국인 피해자 모임인 '동진회'(同進?)를 이끌어온 이학래 씨가 28일 오후 4시께 도쿄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숨졌다. 향년 96세. 연합뉴스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B·C급 전범으로 분류돼 고통을 겪었던 한국인 피해자인 이학래 '동진회'(同進?) 회장이 28일 별세했다. 향년 96세. 마이니치신문은 이 회장이 지난 24일 자택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쳤으며, 외상성 뇌출혈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그는 한반도 출신으로 일제의 패전 후 전범으로 분류된 사람 중 일본에 거주한 마지막 생존자였다. 17살 때인 1942년 돈을 많이 벌게 해 준다는 광고에 속아 일본군의 군속(군무원)이 된 그는 태국와 미얀마를 잇는 철도공사 현장과 일본군의 연합군 포로 수용소에서 말단 관리자로 일했다. 포로 감시원은 가장 낮은 지위 중 하나였지만 직접 연합군 포로를 접촉했기 때문에 B·C급 전범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았다. A급 전범은 침략전쟁을 기획·시작·수행한 지휘부가, B·C급 전범은 상급자 명령 등에 따라 고문과 살인 등을 행한 사람들이 해당한다.
연합군이 연 전범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한반도 출신 군속은 148명인데, 이중 23명이 사형을 당했다. 그도 사형 판결을 받았으나 이후 감형돼 도쿄 스가모 형무소에서 11년을 복역하고 1956년 출소했다. 1952년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 발효로 일본 국적이 상실됐다는 이유로 전후 일본 정부의 전후 전쟁피해자 보상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주는 연금 등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
고인은 다른 동료들과 함께 택시 회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생계를 꾸려가면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1999년 최고재판소(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이후로 일본 여야 정치권에 한국인 전범 피해자들을 위한 보상 입법안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하는 활동에 주력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일본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같은 전범으로 분류된 일본인에게는 보상 연금 등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일본 정부의) 보상도 사과도 없다"면서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나가 전범이 됐는데 너무나 불합리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