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 식은땀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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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쟁, 식은땀이 난다

입력
2021.04.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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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산업, 은인 미국과 경쟁할 판
첨단 무기 핵심 반도체 경쟁 미중 충돌도
우물 안 부동산·선거에만 매몰, 일 좀 하자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월 24일 백악관에서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관한 행정명령 서명에 앞서 반도체 칩을 들고 명령의 취지를 언급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우린 트럼프에게 고마워해야 합니다."

반도체 취재 중 만난 한 임원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미국의 덕을 톡톡히 보면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D램을 처음 만든 반도체 산업의 원조다. 1980년대 들어 일본 반도체 산업이 부상하자 ‘플라자합의’와 ‘미일반도체협정’을 통해 제동을 건 것도 미국이다. 일본이 주춤하는 사이 기회를 잡은 건 한국이다. 이후 반도체 강국이 된 한국에게 가장 큰 위협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였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때리기에 나서면서 중국으로 첨단 반도체 장비가 수출되는 걸 막았다. 반도체 산업은 장비 없인 나아갈 수 없다. 이번에도 반사이익을 본 건 한국이다.

미국이 이처럼 반도체 기술에 민감한 건 최첨단 미래 무기 체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기술은 미국의 안보와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실제로 인공위성에는 반도체가 1만 개 이상 들어간다. 무기 경쟁과 국방력의 승패도 결국 반도체가 좌우한다. 2017년 미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자문회의가 중국 반도체 산업의 부상을 미국의 경쟁력 약화뿐 아니라 심각한 국가 안보 위기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할 것을 권고한 이유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반도체 제조업 부흥을 위해 50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반도체·배터리·희토류·의약품 등 4개 품목에 대한 100일 공급망 조사도 지시했다. 미국 내 반도체 산업 강화와 가치사슬 내재화를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특히 메모리반도체는 한국,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은 대만 의존도가 큰 만큼 이를 줄이려 할 것이다. 백악관은 오는 12일 삼성전자를 직접 불러 반도체 공급 부족 대책 회의도 열 예정이다.

인텔이 200억 달러를 들여 미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한 것도 심상찮다.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 사업에 다시 나선 것은 정부가 적극 지원하기 때문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는 “인텔이 돌아왔다”고 선언했다. 파운드리는 TSMC와 삼성전자가 글로벌 1, 2위 업체다. 두 회사가 이미 미국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도 인텔은 이런 발표를 했다. 마이크론은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반도체)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은인이었던 미국과 생존 경쟁을 벌어야 할 판이다. 미국뿐인가. 중국과 유럽도 반도체 전쟁에 정부가 분주하다. 그런데 정작 우리 정부는 태연해보인다.

반도체는 우리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효자 품목이다. 지난달 수출은 11조 원에 육박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앞으론 뭘 해도 반도체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시장은 더 커질 게 분명하다.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자동차 생산 중단 사태는 서막에 불과하다. 반도체가 곧 미래 국가 경쟁력과 운명을 판가름할 수도 있다. 미국은 마음만 먹으면 일본과 중국에 그랬던 것처럼 우리 경제도 뒤흔들 수 있다. 식은땀이 난다.

더구나 최근 미중 충돌은 끝까지 갈 태세다. 미국은 동맹이란 외교 자산을 앞세워 중국을 민주와 인권의 가치로 몰아세우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손을 잡는 국가에 대해선 미국을 대하듯 똑같이 보복하겠다고 협박하고 나섰다. 적의 친구는 적이란 중국식 궤변이다. 우리는 어느 나라와도 척을 질 수 없는 곤혹스런 입장이다.

경제는 첩첩산중이고 안보는 백척간두인데 대한민국은 온통 부동산과 선거에만 빠져 허우적거렸다. 바깥의 큰 흐름을 읽지도 못하고 읽을 생각도 안 하는 우물 안 개구리다. 반도체가 흔들리면 3류 정치에도 그나마 묵묵히 일해온 기업인과 노동자의 땀으로 버텨오던 나라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다. 선거는 끝났다. 다시 신발끈을 동여맬 때다.

박일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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