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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미관계 껄끄럽게 할 수도"... 한국에 걸프전 지원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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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미관계 껄끄럽게 할 수도"... 한국에 걸프전 지원 압박

입력
2021.03.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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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미주국장 1990년 12월 방미 자료 공개
미국산 무기 구매엔 "한국 지원 소홀 우려 씻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 외교사료관 외교문서열람실에서 한 직원이 30년 만에 비밀 해제된 1990년 외교문서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 외교사료관 외교문서열람실에서 한 직원이 30년 만에 비밀 해제된 1990년 외교문서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1990년 걸프전쟁에 앞서 미국이 향후 한미관계를 거론하며 한국의 지원을 압박한 사실이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동구권 국가와의 수교에 적극적이었던 당시 우리 정부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미국산 무기 구매로 해소되는 분위기를 엿볼 만한 대목도 있었다.

외교부는 29일 생산 후 30년이 지난 외교문서 2,090권(약 33만쪽)을 원문 해제(주요 내용 요약본)와 함께 일반에 공개했다. 미국 주도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겨냥한 '사막의 폭풍' 작전을 개시하기 한 달 전인 1990년 12월 17~19일 미국을 방문한 반기문 당시 외교부 미주국장과 미국 당국자 간 대화기록도 공개 대상에 포함됐다.

칼 포드 미 국방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는 반 국장과의 면담에서 한국군 의료진을 사우디아라비아에 파견하는 문제를 거론하고 "한국 측이 사우디 측에 대해 계속 진전 상황을 점검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강한 성명을 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첫 미군 사망자가 나오면 미국 여론이 우방국의 지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가 곤경에 처했을 때 친구들이 취한 행동은 길이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태우 대통령이 1991년 4월 11일 걸프지역에 파견됐던 국군의료지원단 및 공군수송단원 대표 10명으로부터 복귀 신고를 받으며 노고를 치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노태우 대통령이 1991년 4월 11일 걸프지역에 파견됐던 국군의료지원단 및 공군수송단원 대표 10명으로부터 복귀 신고를 받으며 노고를 치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반 국장과 오찬 면담을 함께한 리처드 솔로몬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도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솔로몬 차관보는 "6·25 전쟁 때 미국 도움을 받은 바 있는 한국이 미국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느냐는 미국 여론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본인은 GATT(상품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문제와 걸프 위기가 한미관계를 껄끄럽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강한 어조로 압박했다.

반 국장은 이에 "능력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초 협의 상대가 미국에서 사우디로 바뀌면서 군 의료단 파견이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부가 다국적군 지원으로 약속한 5,000만 달러를 11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했으며 조만간 미 측에 지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가 해군 대잠초계기 입찰에서 프랑스 대신 미국의 P3C를 선정한 것에 대해 미 당국자들이 긍정 평가한 대목에선 무기 구매가 한미관계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더글라스 팔 당시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보좌관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이 소련, 중국과의 관계에 치중한 나머지 미국과의 관계나 페르시아만 사태 해결을 위한 지원에는 다소 소홀하지 않나 하는 인상을 가졌다"며 "그러나 한국 정부의 P3C 대잠초계기 구매 결정 등이 그 같은 우려를 씻어줬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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