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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2,800개 기업이 쓰는 추천뉴스 만든 데이블

입력
2021.03.30 06: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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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때 대학을 수석으로 조기졸업한 이채현 공동대표가 개인 추천 기술 개발
백승국 공동대표, 2개국으로 해외 사업 확대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넷플릭스 등 전세계 내로라하는 콘텐츠 서비스들의 핵심은 개인화 추천기능이다. 수많은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입맛에 맞는 각기 다른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은 콘텐츠를 보기 시작하면 계속 다음 콘텐츠를 보며 서비스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만큼 개인화 추천 기능은 이용자를 서비스에 오래 머물도록 잡아둬 수익을 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각종 콘텐츠 업체들은 서비스의 사활이 달린 개인화 추천 서비스에 총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모든 이용자의 이용 행태 등 빅데이터를 일일이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려운 개인화 추천 기능을 여러 기업에 제공하는 신생기업(스타트업)이 있다. 백승국(35), 이채현(36) 공동대표가 만든 스타트업 데이블이다. 만 20세에 대학을 수석으로 조기 졸업한 수재인 이 공동대표가 개발한 개인화 추천 기능은 국내 대부분의 언론사를 포함해 전세계 2,800개 기업이 쓰고 있다. 이 업체의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두 공동대표를 만나 비결을 들어 봤다.

이채현(왼쪽) 백승국 데이블 공동대표가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자체 개발한 개인화 추천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채현(왼쪽) 백승국 데이블 공동대표가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자체 개발한 개인화 추천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개인화 추천 기술을 어떻게 제공하나.

백승국: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방식으로 제공한다. 필요한 기업이 가져다가 홈페이지에 붙일 수 있는 방식(스크립트)이다. 그만큼 누구나 쉽게 도입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대표적으로 언론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빠지지 않고 볼 수 있는 ‘추천 뉴스’의 대부분이 우리 기술을 이용한다.

-비용을 받나.

이채현: 이용 기업이 두 가지 중에 고를 수 있다. 이용료를 내거나 무료 사용시 우리가 제공하는 광고를 노출하고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언론사 추천뉴스의 경우 5개 중 하나에 광고라고 표시하고 광고를 제공한다. 이때 광고 수익은 우리와 언론사가 나누는 구조다. 고객의 95% 이상이 광고 수익 배분 방식을 택한다.

-데이블 기술을 사용하는 곳이 얼마나 되나.

이: 국내 대부분의 언론사를 비롯해 서울시청, 포스코 등 지방자치단체나 기업 등 국내 1,800군데, 해외 1,000개 등 총 2,800 군데에서 우리 서비스를 쓰고 있다

-많은 기업이 선택한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나.

백: 이용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독특한 기술 때문이다. 이용자의 데이터가 많지 않은 사이트여도 다른 곳을 통해 이용자의 행동 패턴을 추정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5년 넘게 이 기술을 개발했다.

이: 관련 기술력을 확인하기 위해 분할실행 시험(AB테스트)을 했는데 세계 1위인 미국 T사보다 높게 나왔다. AB테스트는 서로 다른 데이터를 보여주고 각기 다른 수행능력을 시험하는 것이다. 기술을 제공할 때 해당 사이트에서 어느 정도 성능이 나오는지 이 시험을 한다. 시험 결과 선택율(클릭율)이 8%로 T사 6%보다 높았다.

데이블이 제공하는 추천 콘텐츠 화면. 언론사나 기업들의 홈페이지에서 이용자마다 다른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데이블 제공

데이블이 제공하는 추천 콘텐츠 화면. 언론사나 기업들의 홈페이지에서 이용자마다 다른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데이블 제공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추천 뉴스는 어떤 과정을 거치나.

이: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면 해당 기사의 핵심 단어(키워드)가 이 기사를 읽은 이용자의 관심사로 연결(태깅)된다. 그러면 같은 키워드가 들어간 다른 기사들을 보여준다.

백: 여기서 중요한 것은 늘 관심사만 보여주면 안 된다. 그러면 클릭율이 떨어진다. 부동산에 관심 많은 사람도 하루 종일 부동산 기사만 보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외에 관심사를 알아내 적절하게 섞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업무 시간에 보는 기사와 퇴근 후 보는 기사가 다르다. 따라서 이용자가 특정 기사를 선택해서 다른 기사로 넘어가는 순간들을 모두 분석한다. 이를 통해 이용자의 전체 관심 영역을 분석한다. 이를 초개인화 기술이라고 한다.

-분석하는 데이터량이 꽤 많겠다.

이: 한 달에 250억 건의 접속 데이터(로그)를 분석한다. 선택한 기사를 끝까지 봤는지, 중간에 포기했는지 일일이 확인한다. 또 적극적으로 골랐는지, 실수로 눌렀는지도 알 수 있다. 그래서 분석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분석은 모두 기계학습을 거친 AI가 한다.

-AI로 데이터를 분석해 제공하는 것은 다른 기업도 할 수 있지 않나.

백: 우리 같은 서비스는 힘들다. 우리 기술은 같은 기사를 제목만 바꿔 내보내는 어뷰징을 걸러내는 알고리즘이 들어 있다. 이용자에게 동일 기사를 중복 노출해 실증나게 만드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해외 업체들은 어뷰징을 걸러내지 못한다. 이 기술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해외 서비스 현황은.

백: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해외 6개국에 현지 언어로 개인 추천 기술을 제공한다.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기술을 개발했다. 대만과 인도네시아 상위 30개 언론사의 50%가 우리 기술로 추천 뉴스를 제공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압도적 1등이고 대만에서도 1,2위를 오르 내린다. 대만은 일본의 포핀이 먼저 진출해 1등이었는데 우리가 추월했다.

-인도네시아와 대만에서 성공한 비결은.

이: 인도네시아는 인구(약 2억8,000만명)가 우리보다 많아 트래픽이 월등 높다. 대만은 인구가 우리보다 적지만 언론사 트래픽이 한국보다 많다. 그 이유는 대만의 경우 네이버처럼 뉴스를 모아서 그 안에서 볼 수 있도록 제공하는 포털이 없기 때문이다. 대만에서는 구글 통해 노출되는 뉴스들이 언론사 사이트로 바로 연결(아웃링크)된다. 한국도 이런 방식으로 제공하면 언론사 트래픽이 늘어날 것이다.

-해외 서비스는 다른 점이 있나.

이: 기술은 똑같은데 운영 정책이 다르다. 베트남은 정부에서 문제 삼는 광고가 나가면 3회 적발시 바로 홈페이지를 폐쇄한다. 그래서 베트남에서는 꼼꼼하게 광고를 검수한다.

백: 우리는 기업 이미지와 맞지 않는 담배, 술, 로또나 성적인 광고를 일체 하지 않는다. 로또는 비과학적이라고 봐서 배제한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에서 전자담배 광고를 하고 싶다는 요청이 많다. 이처럼 국가마다 다른 운영정책 때문에 고민이다.

-해외 서비스 확장 계획은.

백: 올해 추가로 싱가포르, 호주, 터키, 태국, 중국과 홍콩 등 6곳에 진출 예정이다. 현지에서 미디어와 광고 영업을 위한 직원들을 뽑고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곳에 개인화 추천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

-중국은 인터넷 서비스에 규제가 많은데 어려움이 없나.

이: 아주 많다. 중국은 정부에서 방화벽으로 특정 사이트의 강제 접속이 가능한 국가다. 또 중국에서 아마존웹서비스 등 클라우드를 이용하려면 중국업체와 합작해 현지 법인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중국 시장이 워낙 커서 진출하면 매출이 커질 것이다.

-아시아에 집중하는 이유는.

백: 같은 자원을 갖고 덤볐을 때 잘할 수 있는 곳에 집중하고 싶다. 북미에서 싸울 여력이면 아시아 3,4개국에 진출할 수 있다. 특히 북미는 타불이라는 업체가 1위를 달린다. 유럽은 올해 터키 서비스를 통해 진출을 시도한다.

-투자 현황과 매출 실적은.

백: 지난해 29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은 계속 성장 중이다. 투자는 얼마 전 140억 원 규모의 시리즈C(사업 확장 단계) 투자를 받았다. 추가 투자 유치는 상황을 봐가며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목표는.

이: 매출을 50% 이상 끌어올려 450억원대로 만드는 것이다. 해외 진출을 통해 매년 매출을 50% 이상씩 성장시킬 계획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2018년 0%에서 지난해 30%가 됐다. 올해 해외 매출 비증을 50%까지 올릴 예정이다.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신사업이 있다면.

이: AI가 콘텐츠 생산에 기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검토 중이다. 예를 들면 AI가 클릭율이 올라갈 만한 제목이나 사진을 추천하는 기술 등이다. 나아가서 기사 생산부터 유통까지 가능한 콘텐츠관리도구(CMS)를 개발해 언론사나 기업에 제공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백: 개인화 추천 기술을 언론사들이 많이 하는 옥외광고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컴퓨터 비전 기술로 카메라가 지나가는 사람을 분석해 성별, 연령대를 파악한 뒤 여기 맞는 옥외 광고를 바꿔가며 보여주는 방안이다.

이채현(왼쪽) 백승국 데이블 공동대표가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올해 추가로 6개국에 진출하는 등 해외 서비스 계획을 밝히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채현(왼쪽) 백승국 데이블 공동대표가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올해 추가로 6개국에 진출하는 등 해외 서비스 계획을 밝히고 있다. 홍인기 기자

-어떻게 창업하게 됐나.

이: 2012년 SK플래닛의 사내 벤처로 시작했다. 이용자들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레코픽’이라는 기술을 개발해 사내벤처팀장을 맡았다. 그 팀에서 사업을 담당했던 백 대표와 함께 나와 2015년에 창업했다.

백: 레코픽은 삼성전자, AK, 신세계면세점 등 100개 이상 국내 쇼핑몰에 공급돼 실력을 인정받았다. 여러 쇼핑몰에서 추천 상품을 통해 매출이 오르는 것을 보며 나가서 더 크게 사업하고 싶었다.

-두 사람 모두 전적이 화려하다. 창업 전 이력을 소개해 달라.

이: 민망한 얘기다. 2년 만에 고교를 조기졸업하고 만 20세때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를 7학기 만에 수석으로 조기 졸업했다. 같은 학교에서 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고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인턴을 했다. 이후 LG유플러스에서 차세대 브라우저 개발 업무를 했고 네이버에서 검색개발센터의 웹문서 수집 로봇 개발에 참여했다. 개발이 즐겁고 재미있어서 기업에 왔고 창업을 했다. 그런데 일이 늘면서 요즘 개발에 많이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

백: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컨설팅 업무를 했다. 삼성SDS와 롯데미래전략사무소에서 컨설팅 업무를 했고 이후 SK플래닛으로 옮겼다.

-스타트업 창업이 힘든 길이라고 하는데 창업을 후회한 적 없나.

백: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서 항상 후회한다. 직원 관리와 회사 운영 등 모든 것이 부담이다. 특히 직원의 30%가 외국인이어서 각기 다른 문화 등을 반영해야 해서 더 힘들다.

-꿈이 무엇인가.

이: 해외 사업에 집중해 매출 1,000억 원대 회사를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 중이다.

백: 고객 가치로 인정받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쉽게 말해 개인화 추천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업을 만들고 싶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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