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올해 역점 추진
재판 단계 중심 국선변호인 수사 단계로 확대
변호사단체 "경제력 있는 중범죄자들도 혜택"
사선변호인 설 자리 줄어드는 것도 반대 배경
법무부가 주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지원에만 머물렀던 국선변호인 제도를 수사 단계에까지 확장하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적극 추진키로 하면서, 변호사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나랏돈으로 징역 3년 이상이 예상되는 중범죄 피의자는 물론, 경제적 여력이 있는 피의자에 대한 변호 활동까지 지원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이유다. 다만 그 이면에는 '변호사 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달 초 발표한 '2021년 법무부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올해 추진할 핵심 과제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을 꼽았다.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변호인 조력권 보장을 위한 제도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법원이 운영 중인 국선변호인 제도가 사실상 '재판 단계의 피고인 지원'에 집중되는 데 따른 사각지대를 해소하자는 취지다.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는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문 대통령 임기 내에 제도 도입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 장관은 후보자 신분이던 올해 1월에도 "국정 과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깊은 연구와 실행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변호사업계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가 무분별한 범죄자 지원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체포된 피의자가 △미성년자·농아자·심신 미약자일 때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금고형에 해당하는 사건 피의자일 때, 수사 단계에서 형사공공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입법예고대로라면 악질적 성범죄나 피해자가 다수인 경제범죄 등 중범죄 피의자도 제도 혜택을 얼마든지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특히 소득 수준 등 경제적 측면에서의 '자력 요건' 규정이 없다는 점도 맹점으로 꼽힌다. 사선변호인을 선임할 능력이 있는 피의자까지 수혜 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욱 서울변호사회장은 "경제적 여력이 있는 중범죄자를 세금을 들여서 지원한다는 건 국민 법감정에도 반하는 일"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운영 주체를 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으로 지정한 점도 논란거리다. 법률구조공단은 이미 아동학대·성범죄 등 일부 범죄 피해자에 대한 국선변호인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같은 기관이 피의자와 피해자를 동시에 변호하는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사무를 관할하는 법무부가 피의자의 '기소'와 '변호'에 모두 관여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런 점을 의식해 2019년 10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는 법원, 검찰·경찰과 같은 수사·기소기관은 물론 기타 다른 국가기관으로부터 독립성과 중립성을 유지해 공정성 시비가 제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도 "운영 주체가 논란거리가 된다는 건 제도를 도입할 준비가 안 됐다는 얘기"라며 "외형상으로만 인권친화적으로 보이도록 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호사업계의 반대에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법조시장에서 국선변호인 진입을 차단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국선변호인이 많아질수록 일반 변호사의 일감이 줄어들 수 있는 데다, 형사공공변호인을 기준으로 책정된 '낮은' 수임 단가가 법률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마저 크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변호사업계와 인권위 등 각계 여론을 수렴해 이르면 상반기 중 형사공공변호인 도입을 위한 형사소송법 및 법률구조법 재개정안을 다시 입법예고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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