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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수에즈운하, 현실화되는 물류대란에 고심 깊어지는 해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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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수에즈운하, 현실화되는 물류대란에 고심 깊어지는 해운사

입력
2021.03.28 21: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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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HMM 로테르담호'. HMM 제공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HMM 로테르담호'. HMM 제공

수에즈운하 ‘마비’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해운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각 사마다 현지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안 찾기에 부심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급기야 HMM(옛 현대상선)은 추가 비용과 시간도 감수하면서 46년 만에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노선으로 우회를 결정했다. 남아공 희망봉을 경유하면 노선 거리만 약 6,000마일(약 9,650㎞)가량 늘어난다. 이로 인해 약 7~10일이 더 소요되고, 수십만 달러의 연료비와 인건비가 추가된다. 그럼에도 희망봉 우회를 결정한 것은 운송지연으로 매일 약 6만 달러(약 6,790만 원)의 손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해운산업 전문지 로이즈리스트 분석에 따르면 수에즈운하 운영 중단으로 매일 90억 달러(약 10조2,000억 원)어치 화물 운송이 차질을 빚고 있다.

HMM, 46년 만에 유럽 노선 4개 선박 '희망봉' 우회

28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이번 주 수에즈운하를 지날 예정이었던 2만4,00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초대형 컨테이너선 ‘HMM 스톡홀름호’, ‘HMM 로테르담호’, ‘HMM 더블린호’와 5,000TEU급 ‘HMM 프레스티지호’의 노선을 남아공 희망봉을 우회키로 정했다.

HMM 스톡홀름호는 지난 13일 중국 옌티엔(?田)을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고 있다. 수에즈운하를 통과해서 간다면 4월 19일 도착 예정이다. 하지만 희망봉 우회로 1주일 이상 지연될 전망이다. 유럽에서 아시아로 운항 중인 HMM 로테르담호(4월 20일 싱가포르), HMM 더블린호(4월 21일 싱가포르), HMM 프레스티지호(4월 25일 태국 람차방)도 당초 일정보다 늦게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에즈운하 진입에 실패해 인근 해상에서 대기 중인 HMM 초대형 컨테이너선 'HMM 그단스크호'. HMM 제공

수에즈운하 진입에 실패해 인근 해상에서 대기 중인 HMM 초대형 컨테이너선 'HMM 그단스크호'. HMM 제공

이번 우회는 HMM이 가입한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와의 협의 끝에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HMM은 수에즈운하 재개가 수일 더 걸릴 수 있다는 우려에 선제적 대응을 한 것이다. 다만 HMM의 2만4,000TEU급 ‘HMM 그단스크호’는 현재 수에즈운하 인근 해상에 약 300척의 선박들과 함께 나흘째 대기하고 있다. 이미 운하 입구에 근접해 있어 노선 우회보다 수에즈운하 재개항을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HMM 관계자는 “수에즈운하를 통과할 때도 매번 수억~10억 원가량의 요금을 내기 때문에 희망봉을 우회한다고 비용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며 “1주일가량 더 돌아가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적인 손해가 있겠지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에즈운하 사태 장기화될 경우 물류대란·원자재값 폭등 우려

수에즈운하를 사흘째 가로막고 있는 대만 선사 '에버그린'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를 촬영한 프랑스우주청(CNES)의 위성사진. 수에즈 AFP=연합뉴스

수에즈운하를 사흘째 가로막고 있는 대만 선사 '에버그린'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를 촬영한 프랑스우주청(CNES)의 위성사진. 수에즈 AFP=연합뉴스

지난 23일 대만 선사 에버그린이 운영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의 좌초로 시작된 수에즈운하 사태가 아직까지는 국내 기업에 끼친 피해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장기화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해운 운임 상승뿐만 아니라 생산·공급 차질로 인한 ‘물류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동남·서남아시아 지역에서 스마트폰, 가전, TV 등을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거나, 아프리카에서 생산한 제품을 중동으로 수출할 때 수에즈운하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역시 유럽 수출입 물량의 정체를 걱정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유럽, 아프리카 등으로 자동차를 수출할 때 수에즈운하를 이용한다. 또 유럽에서 수입하는 자동차 부품 역시 수에즈운하를 통해서 들여온다. 때문에 최근 반도체 공급부족에 이어 유럽산 부품 수급 차질이 생산 감소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도 커지도 있다. 다만 국산차 수출입을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는 아직까지 희망봉 우회 대신 수에즈운하 재개항을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 수에즈운하 해수면이 가장 높게 올라올 때 에버 기븐호 인양에 성공한다면 유가, 운임 등의 상승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수에즈운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물류대란을 넘어 원자재값 폭등, 인플레이션까지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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