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성콩팥병으로 투석을 받는 환자의 80%가 요독성 가려움증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만성콩팥병 환자는 25만 명 정도로, 최근 5년 동안 매년 평균 1만9,000여 명씩 증가하고 있다. 이들 중 10만 명은 콩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혈액 투석이나 복막 투석 등 투석(透析)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만성콩팥병 환자는 빈혈ㆍ영양실조ㆍ무기력증ㆍ가려움증 등 다양한 합병증을 겪는다. 특히 요독성 가려움증에 많이 시달리면서 괴로워한다.
문성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투석 환자의 가려움증은 전체의 80%에서 나타날 정도로 매우 흔하며, 그 원인이 다양해 치료가 쉽지 않다”고 했다.
투석 환자에게 가려움증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투석해야 할 정도로 콩팥 기능이 저하되면 소변으로 배출돼야 할 노폐물이 체내에 축적되는 요독(尿毒)이 쌓인다. 요독증으로 인해 만성 염증, 부갑상선 기능 항진증 등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신경세포가 손상되며 가려움증이 생긴다. 혈액 속 백혈구 중 하나인 호산구 증가도 원인이다. 다른 피부 질환, 간경화, 전해질 이상, 약물 부작용 등으로도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다.
요독성 가려움증은 초기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피부 변화는 없다. 그러나 만성화되면 긁어서 생긴 상처로 진물이나 흉터가 생기기도 한다. 자꾸 긁다 보면 더욱 간지러워지고, 상처 때문에 가려움증이 다시 생기는 악순환이 생긴다.
문성진 교수는 “요독성 가려움증의 1차 치료는 피부가 건조하지 않도록 보습제를 꾸준히 바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주 3회 혈액 투석 치료를 잘 받아 혈중 요독을 낮게 유지하고 인ㆍ부갑상선호르몬 농도를 목표치에 맞게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보존적 치료에도 가려움증이 나아지지 않으면 가려움증의 다른 원인은 없는지 찾아보고 약물 복용ㆍ스테로이드 연고 바르기ㆍ광선 치료 등으로 증상을 조절한다.
한편 문성진 교수는 요독성 가려움증의 유발 물질인 ‘프로테아제 활성화 수용체(PAR-2ㆍProtease-Activated Receptor-2)’를 발견했다고 밝히면서 그 결과를 국제 학술지(Human and Experiment Toxicology)에 발표했다. PAR-2는 인체 내에 있는 신호 전달 단백질의 일종이다.
문 교수는 연구를 위해 요독 물질과 만성콩팥병 환자의 혈청으로 자극한 사람 피부의 각질세포와 만성콩팥병화(化)시킨 쥐의 피부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사람의 각질세포와 쥐의 피부에서 PAR-2 발현이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표피의 PAR-2는 요독 물질의 농도가 높을수록, 노출된 시간이 많을수록 더 많이 발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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