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최동주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몸이 피로하고, 무기력하고, 호흡 곤란이 생기고, 몸이 붓는 부종이 나타나면 심부전(心不全ㆍheart failure)을 의심해야 한다. 고령 혹은 다른 이유로 심장 기능이 약해져 산소와 영양분이 몸의 각 부분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서다.
심장의 펌프 기능이 저하되는 심부전을 초기에 치료하지 못하면 1년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18.2%나 된다. 말기 심부전이라면 50% 이상으로 높아진다. 유방암이나 대장암보다 생존율이 낮다. 게다가 심부전은 1년 이내에 다시 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23.1%일 정도로 재발이 잦고, 입원 기간도 길다.
‘심장 질환 전문가’ 최동주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대한심부전학회 회장)를 만났다. 최 교수는 “심부전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며 “심부전을 일으키는 원인은 모든 순환기계 질환인 만큼 젊어서부터 순환기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인자를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심부전 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심부전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이 추세다. 고령화와 심장 기저 질환 치료법 발전, 이를 통한 사망률 감소, 고혈압ㆍ당뇨병ㆍ관상동맥 질환의 증가가 그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우리나라 심부전 유병률은 2002년 0.75% 정도에 그쳤지만 2012년 1.4%, 2018년 2.24%로 10년을 주기로 2배가량 증가하고 있다. 내년이면 전 인구의 2.8%가량이 심부전을 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 사회 고령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심부전 환자의 25% 이상이 60세 이상 고령 인구에 집중돼 있으며, 75세 이상에서는 10명 가운데 1명이 심부전을 앓고 있다.”
-심부전 발생 원인과 증상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심장 기능도 점점 줄어든다. 하지만 심부전은 심장에 손상을 주거나 부담을 주는 다른 원인이 심장의 기능 부전을 일으켜 발생하게 된다. 원인 질환으로는 심근경색ㆍ협심증 같은 관상동맥 질환, 고혈압, 심장판막 질환, 심근 질환, 선천성 심장 질환 등 모든 순환기계 질환은 물론 당뇨병ㆍ만성 폐 질환ㆍ바이러스감염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심부전의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 곤란이다. 심부전 초기에는 운동할 때에만 숨이 차고 휴식 중이거나 움직이지 않을 때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심부전이 진행되면 일상적인 일을 할 때에도 숨이 차고, 잠을 잘 때에도 갑자기 숨이 차 깨기도 한다.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지기에 온몸에 내보낸 혈액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해 수분이 혈관 밖으로 누수되면서 부종이 생기고, 이에 따라 복수(腹水)도 차고, 황달, 피로, 무기력증 등이 나타난다. 두통ㆍ불면ㆍ혼미 등의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말기 심부전이라면 누워 있으면 숨이 더 차게 된다. 심각한 부정맥으로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고 졸도하기도 한다.”
-심부전 치료제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수명을 늘리기 위한 약과 증상을 완화해주는 약이다. 우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알려진 약제로는 신경-호르몬 활성화를 억제하는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억제제나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베타 차단제, 알도스테론 길항제, 염류 코르디코이드 수용체 차단제 등이 있다. 최근 개발돼 효과를 보이고 있는 약으로는 엔트레스토(ARNi, LCZ969)와 SGLT2 억제제가 있다. 엔트레스토는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와 네프릴라이신 억제제의 이중 효과를 나타낸다. 엔트레스토는 PARAGONㆍPARADIGM 등의 임상 연구 등을 통해 효과를 인정받았다. SGLT2 억제제는 원래 당뇨병 약으로 개발됐고 실제로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는 약이다. 그러나 최근 임상 연구 결과, 심부전 환자 예후를 크게 개선하면서 심부전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수명 연장 효과는 없지만 증상을 완화하는 약제로 이뇨제, 질산염제ㆍ하이드랄라진 같은 혈관 확장제, 디곡신ㆍ도부타민 같은 강심제 등이 있다. 이뇨제는 급성 심부전이나 악화기의 심부전에서 혈액 울혈 증상을 개선하는데 효과적이다.”
-심부전 환자 관리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저염식, 금연, 금주, 규칙적 유산소 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 등 기저 질환 치료는 기본적으로 심부전 환자에게 필요하다. 처방약을 먹으면서 정기적으로 의사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지만 격렬한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증상이 있으면 상태가 안정되기 전까지 불필요한 운동을 자제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활동이 가능한 안정된 심부전 환자라면 의사와 상의해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당한 휴식과 함께 1주일에 3~4회 정도 걷기나 자전거 운동 등을 권한다. 누워 있어도 호흡 곤란이나 기침이 생긴다면 머리 쪽 베개를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급성 호흡 곤란이나 부정맥ㆍ뇌졸중 등이 의심되면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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