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빨간 넥타이 매고 국민의힘 의총 나서고
美 30대 상원의원...회기 중 복장 규정 완화 요구
英 왕실, 핑크색 옷으로 화해 등 메시지 전하기도
질 바이든·미셸 오바마 등 美 영부인들의 복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4일 '빨간 넥타이'를 매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등장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야권 단일화 경선을 하면서 입당·합당을 거부했던 그였다. 하지만 전날 오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되자, 안 대표는 하루 만에 보수의 상징인 빨간 넥타이를 두르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안 대표의 '빨간 넥타이'는 단순히 야권 화합의 의미만을 보여주려는 쇼맨십이었을까. 그는 빨간 넥타이의 의미에 대해 "해석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그 뜻은 제 1야당의 지지를 안고 더 나아가 대권의 열망을 품고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처럼 요즘 시대의 복장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여러 의미를 지닌다. 인종 차별이나 성 차별의 도화선이 되기도 하고,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재킷·넥타이는 백인들의 유니폼"이라고?
블레이저(재킷)와 넥타이가 인종 차별을 주도한다며 복장 규정을 완화해달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주 미국 로드아일랜드의 프로비던스에서는 31세 초선 상원의원인 조너선 아코스타가 의회의 드레스 코드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보통 수트 차림인 재킷과 넥타이가 "백인들을 함축한 것"이라며 로드아일랜드 상원위원회에 복장 규정을 완화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아코스타 의원은 상원 규정 및 정부 윤리 감독위원회 회의에서 "나는 입법을 위해 넥타이나 재킷을 입으라고 선출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젊은 진보적 성향의 그의 발언에 나이든 중진 의원들은 깜짝 놀랐다. 70대 상원의원 도미니크 루게리오는 "복장 규정은 내가 의회에 들어오기 전부터 있었다"며 "이곳에서 적절하게 옷을 입지 않는 것은 불쾌하다고 생각하는 게 내 입장"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1981년부터 상하원에서 주의원을 지냈다.
아코스타 의원은 재킷과 넥타이의 복장 규정이 인종적으로 편향된 억압을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그는 센트럴 폴스의 한 학교에서 수학 교사로 재직했을 때를 들며 "교직 생활을 하면서 처음 1년은 매일 넥타이를 매고 다녔다"면서 "나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백인과 비슷하게 보여야 한다는 것을 가난한 유색 인종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원 의회에서 블라우스나 깃이 달린 셔츠 등을 입을 수 있도록 하는 안건을 제시했다. 기존에는 '상원이 회기 중인 동안 모든 사람은 복장을 갖추어야 하며, 의장은 적절한 방법으로 이 규칙을 시행해야 한다'는 규정이었다.
그러나 아코스타 의원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23일 상원위원회에서 29 대 7로 표결이 나면서 복장 규정을 바꾸려는 시도는 실패했다. 하지만 젊은 의원들 사이에서 아코스타 의원의 제안을 지지하고 나섰다.
신시아 멘데스 상원의원은 "권력 있는 사람들이 예의를 지시하고 우리의 몸과 복장에 어떤 제한을 둘 때, 그것은 식민지화 언어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티아라 맥 상원의원도 "옷차림 등이 점잖은 정치가 종종 흑인 등 유색 인종과 여성의 신체를 통제하는 데 사용된다는 사실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동조했다.
'찢어진 청바지'로 연대하는 인도 여성들
최근 인도 여성들 사이에서는 찢어진 청바지가 '인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무릎을 드러낸 채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인증샷'을 올리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정치인과 언론인, 배우, 건축가 등 유명인들도 이 같은 사진을 공유하며 찢어진 청바지라는 해시태크(#RippedJeans)로 연대하는 중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주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州)의 티라스 싱 라왓 주총리가 한 워크숍에 참석해 비행기에서 만난 여성에 대해 비판했기 때문이다.
그는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여성에게 "당신은 비정부기구(NGO)를 운영하고 있는데, 무릎이 나온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사회 활동을 한다면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를 가르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의 발언에 인도는 발칵 뒤집어졌다. 인도의 고위 정치인이 여성의 복장을 지적하며 성차별적 관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러자 지난 주말 동안 뉴델리에서는 '옷으로 여성을 판단하지 말라'는 피켓을 든 여성들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 여성들은 정치인이 다른 사람의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하며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사진을 SNS에 공유하고 나섰다.
결국 라왓 주총리는 사과했지만 여전히 여성에 대한 보수적 잣대를 지우지 못했다. 그는 "찢어진 청바지를 입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며 "옷의 구멍을 덮는 것이 규율과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황당' 주장을 이어갔다.
유력 정치인의 이 같은 발언은 인도 여성들에게 좌절감을 안기고 있다. 스와티 말리왈 뉴델리 여성위원회 회장은 "강간은 여성이 짧은 옷을 입기 때문이 아니라 라왓 주총리 같은 남성이 여성 혐오를 전파하고 의무를 다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가디언의 패션 에디터 타마라 아브라함도 "라왓 주총리가 그 비행기 안에서 같은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있는 남자 승객에게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영국 왕실이 복장으로 말하는 법
11일 영국 윌리엄 왕자의 아내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의 의상은 때아닌 주목을 받았다. 나흘 전 영국 왕실의 인종 차별적 행태를 폭로했던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손비의 인터뷰 이후 첫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는 아동정신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런던의 한 학교를 방문했다.
미들턴 왕세손비가 선택한 의상은 핑크색 스웨터와 롱코드였다. 블랙 팬츠를 입어 핑크빛 색상을 더욱 도드라지게 했다.
여기에는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영국 언론들은 그의 의상을 두고 "화해의 메시지"라고 보도했다. 핑크색 상의도 모자라 겉옷까지 같은 색상으로 매치한 건 그만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강렬하다는 뜻이다.
가디언은 "핑크색은 보통 동정이나 연민, 우정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왕실에서 핑크색은 평화와 안정을 의미하는 색상으로 활용돼 왔다. 특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선호하는 색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10월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령이 내려진 뒤 7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핑크빛을 활용했다. 핑크색 모자와 롱코트가 여왕의 선택이었다.
외출을 삼가고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94세의 여왕은 봄 기운처럼 핑크빛 긍정의 메시지를 전했다. 봉쇄령으로 지친 영국 국민들을 응원하기 위한 안정의 메시지였다. 응원이 필요한 국가에 적합한 선택이었다는 게 영국 언론들의 찬사였다.
왕실 식구답게 마클 왕손비도 7일 방송된 인터뷰에서 의상을 메시지화하는 데 적극 이용했다(본보 3월 4일자 보도). 연꽃 프린트가 들어간 조르지오 아르마니 드레스는 마클 왕손비 자신을 대변하는 데 활용했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해석이다.
보통 연꽃은 순결과 깨달음, 부활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마클 왕손비가 이를 적절히 활용해 결단력과 삶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여준 것이란 분석이 많다.
미국 정치의 꽃은 '복장 정치'
미국 정치에서도 의상은 매우 중요한 표현의 수단이다. 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취임식장은 그야말로 '복장 정치'의 각축장이었다. 여성들의 의상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질 바이든 여사는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푸른색으로 도배했다. 미국 디자이너 알렉산더 오닐 측과 취임식을 위해 단일 색상 코트와 드레스로 맞춤형 룩을 선보인 것. 오닐 측은 "바이든 여사의 의상은 신뢰과 자신감, 안정성을 의미한다"며 미국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해리스 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취임식에서 보랏빛이 감도는 의상을 선택했다. 보라색은 주로 민주당과 공화당의 색상인 파란색과 빨간색을 섞어놓은 듯해, 정치적 통일성을 보여주기 위한 색상으로 정당에서 자주 사용됐다.
미국 온라인매체 인사이더는 "이는 단합과 평등, 정치인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활용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누구보다 주목받은 이는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이다. 금빛 버클의 벨트를 강조한 자줏빛 의상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미 언론들은 오바마 여사의 스타일리스트 메러디스 쿱과 인터뷰 기사를 앞다퉈 게재하며 의상이 갖는 메시지를 해석하기에 바빴다. 쿱은 "자줏빛으로 강인한 여성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해리스 부통령과 오바마 여사는 흑인사회 결집까지 내다봤다. 이들은 모두 흑인 디자이너가 제작한 옷을 착용한 것. 오바마 여사는 2018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할 말보다 내 옷이 사람들에게 더 중요한 것 같았다"며 "시각적인 것이 정치 세계의 모든 것을 좌우했고, 나는 이것을 모든 의상에 담아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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