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2일 개막하는 뮤지컬 '시카고'?
벨마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최정원
배우 자체가 정체성이 되는 작품들이 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헵번이나 '007'시리즈의 숀 코너리처럼. 국내 뮤지컬 공연으로 따지면 '시카고'의 최정원이 그렇다. 2000년 국내 초연 이후 단 한 번도 시즌공연에 빠진 적이 없는 그는 '시카고'의 살아있는 역사다. '시카고'를 꼭 한 번만 봐야 한다면 최정원이 서는 무대를 찾아야 한다는 뜻도 된다.
최정원이 맡은 벨마 켈리 역은 인기가수였지만 여동생과 바람난 남편을 죽여 감옥에 갇힌 비운의 인물. 수많은 디바가 벨마를 연기했지만 최정원은 대체 불가다. '오리지널 벨마'가 3년 만에 다시 '시카고' 무대에 선다. 다음 달 2일부터 7월까지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다.
25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최정원은 "사실 벨마와 저는 성격이 반대"라며 "벨마는 생각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저는 감정을 바로 표현하는 편이어서 포커페이스가 안 된다"고 웃었다. 수없이 맡았던 역임에도 최정원은 "무대에 설 때마다 지난 시즌에는 포착하지 못했던 면들이 보인다"면서 "벨마를 연기하며 인간으로서, 여자로서 성숙해졌다"고 했다. 그래서 '시카고'는 "지금 자신의 삶에 진정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시카고'는 화려한 연출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로 승부를 보는 작품이다. 최정원은 "춤과 노래, 연기가 각각 30% 비율로 중요해서 뮤지컬 배우에겐 교과서 같은 작품"이라며 "나머지 10%는 운과 '끼'에 달렸다"고 했다. 최정원은 이 10%를 연륜 가득한 스탠딩 코미디로 채운다. 그래서 벨라로 연기하는 동안 만큼은 "여자 찰리 채플린"이 된 듯하다.
최정원은 원래 국내 초연 때 록시 하트 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극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다. 최정원은 "'최정원의 록시'를 사랑해주는 팬클럽이 있을 정도였는데, 2007년 다른 배우에게 록시 역을 양보하면서 하루종일 멍하고 눈물이 났던 기억이 난다"고 털어놨다. 벨마는 최정원이 원해서 맡은 건 아니었지만 어느새 "베스트 프렌드"처럼 달라 붙었다. 최정원은 "어느덧 록시보다는 벨마의 대사가 더 마음에 와 닿는 나이가 됐다"면서 "시간이 더 지나면 나중엔 교도소 간수이자 '대모'인 마마 모튼 역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1989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한 '1세대 배우' 최정원은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예고했다. '시카고'가 끝나자마자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개인적으로도 애틋한" 차기작에 출연한다. "아이를 낳고 나이가 50이 넘었지만 지금도 아침에 눈 뜨면 공연할 생각에 짜릿해요. '몇 살까지만 무대에 서야겠다' 이런 생각은 없어요. 후배들이 저를 보며 '나이가 들어도 배우가 아닌 다른 일을 찾지 않아도 되는구나' 하고 안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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