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500여 곳의 주주총회가 동시에 열린 26일 올해 ‘슈퍼 주총 데이’에서 ‘조카의 난’으로 관심을 끌었던 금호석유화학의 삼촌 박찬구 회장이 완승을 거뒀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 사내이사로 재선임됐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4연임에 성공했다. 반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구본걸 LF 회장은 퇴진을 결정했다.
삼촌 완승으로 끝난 금호석화 주총
이날 각 사 주총 결과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정기 주총에서 배당, 이사회 개선, 이사 선임 등에 대해 표결을 진행했다. 조카 박철완 상무가 삼촌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조카의 난을 시작한 후 최대 관심사였던 박 상무의 이사회 진입은 무위로 끝났다. 박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은 찬성률(52.7%)이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했지만 득표에 밀려 부결됐다.
배당 안건도 삼촌의 승리였다. 박 회장 측이 제시한 배당안(보통주 1주당 4,200원)은 찬성률 64.4%로 가결됐다.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이른바 ‘3%룰’이 적용된 감사위원 선임도 사측이 추천한 황이석 서울대 경영대 교수가 찬성률 69.3%를 얻었다. 삼촌과 조카의 대결은 주총을 앞두고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금호석유화학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박 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일찌감치 승패가 기울었다.
이와 달리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조 회장은 이날 정기 주총에서 82.84%의 찬성표를 얻었다.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8.52%로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30.96%)과 차이가 커 조 회장 사내이사 선임안 가결에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LX그룹, LG와 분리 확정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는 이날 주총에서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 등 4개 자회사 출자 부문을 분리해 신설 지주회사인 ㈜LX홀딩스를 설립하는 지주회사 분할계획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존속 지주회사 ㈜LG와 구본준 고문이 이끌 신설 지주회사 ㈜LX홀딩스의 2개 지주회사로 재편돼 5월 1일 공식 출범하게 된다.
LX홀딩스의 계열 분리 최종 승인으로 LX한국국토정보공사와 ‘LX’ 사명을 놓고 벌이는 마찰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렬 LX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은 LX 사명 사용 중지와 함께 공식 사과를 요청하는 한편 법원에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셀트리온 그룹은 주총을 통해 서정진 명예회장의 퇴진과 함께 오너 2세 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등기임원으로, 차남인 서준석 셀트리온 이사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등기임원으로 각각 선임됐다.
구본걸 LF 회장은 2006년 11월부터 맡아 온 LF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다. 다만 구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하며 패션 외 LF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지주 주총에선 김정태 회장의 1년 연임이 확정됐다. 김 회장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금융권에서 두 번째로 ‘4연임’에 성공했다. 다만 회장의 나이 제한(만 70세) 규정을 담은 하나금융 내규를 반영해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1년만 연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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