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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뉴스는 어떻게 시청률 1위에 올랐나... 그 남자의 비법

입력
2021.03.2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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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드라마 '라우디스트 보이스'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넷플릭스와 왓챠로 나눠 1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로저 에일스는 폭스뉴스의 절대 권력자였다. 시장의 속성을 파악하고 편파적이고 선정적인 뉴스로 왕좌를 차지했다. 왓챠 제공

로저 에일스는 폭스뉴스의 절대 권력자였다. 시장의 속성을 파악하고 편파적이고 선정적인 뉴스로 왕좌를 차지했다. 왓챠 제공


'라우디스트 보이스'. 왓챠 제공

'라우디스트 보이스'. 왓챠 제공

로저 에일스(1940~2017)는 미국 보수의 전사였다. 보수 성향 폭스뉴스를 통해 보수의 복음을 전파했다. 단지 자신의 사상을 설파하는데 만 심혈을 기울인 인물은 아니다. 탁월한 시장 분석력과 황소 같은 추진력으로 폭스뉴스를 시청률 1위에 올려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든 막후 인물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잇단 성추문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사람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악명 높았던 유명 인사 에일스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라우디스트 보이스’는 문제적 인간 에일스의 삶을 파헤친다.

①편파적인 뉴스가 잘 팔린다

1990년대 중반 미국 방송뉴스 시장은 전쟁터나 마찬가지였다. CNN이 24시간 뉴스로 새 영역을 개척하면서 MSNBC가 시장에 뛰어들었다. 세계적 언론 부호 루퍼트 머독이 이 시장을 놓칠 리 없었다. 머독은 폭스뉴스를 설립하기 위해 방송 거물 에일스를 영입한다.

에일스는 CNN에 비해 반도 안 되는 직원으로 시청률을 견인한다. 그의 무기는 선정성과 편파성. 그의 경영 지침은 ‘확실한 반절만 공략한다’이다. 보수 성향 시청자만 잘 공략해도 시청률 수위에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아무리 근거가 미약한 보도라도 보수층을 선동할 만한 내용이면 다들 믿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폭스뉴스가 내건 구호가 ‘공정한 균형(Fair Balance)’일지라도 시장은 다르다고 판단했다. 그가 세운 방송 철칙엔 이런 것도 있었다. 여성 앵커나 진행자는 반드시 몸에 달라붙는 짧은 치마를 입을 것.

“공정한 뉴스는 안 팔린다”는 에일스의 생각은 적중한다. 폭스뉴스 초창기 때마침 터진 9ㆍ11 테러로 보수 성향 매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CNN을 따라잡고 시청률 1위에 올랐다. 덕분에 머독의 주머니는 더욱 불어났고, 에일스의 조직 장악력은 커졌다.

로저 에일스는 폭스뉴스에 심복들을 심어 조직을 손바닥처럼 들여다 봤다. 왓챠 제공

로저 에일스는 폭스뉴스에 심복들을 심어 조직을 손바닥처럼 들여다 봤다. 왓챠 제공


②천박하고 천박한 뉴스 권력자

에일스는 타고난 극우 성향 보수주의자다. 그런 그에게 흑인 버락 오바마의 대선 도전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는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을 갖은 방법으로 방해한다. 보도 때 오바마의 중간 이름 후세인을 반드시 쓰는 식이었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 안 하려 했다. ‘사업가’ 머독은 이런 에일스가 부담스럽다. 폭스뉴스 자체나 다름없는 에일스를 밀어내기엔 너무 늦었다.

에일스는 폭스뉴스에서 절대 권력자로 군림한다. 천박하고도 폭력적인 그의 언행이 조직을 지배한다. 여성 방송인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성추행을 일삼고, 이직마저 방해한다. 보수 정치인들은 그에게 줄을 대기 바쁘다. 에일스가 여러 조언을 해줄 뿐더러 특정 정치인을 뉴스로 부각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일스는 자신의 꼭두각시가 되 줄 정치인을 찾다가 트럼프에 눈이 꽂힌다. 트럼프의 광대 같은 면모가 밑바닥 보수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 예감한다.

로저 에일스는 여직원을 자신의 몸종처럼 여겼다. 그의 몰락은 오래 전부터 예정돼 있었다. 왓챠 제공

로저 에일스는 여직원을 자신의 몸종처럼 여겼다. 그의 몰락은 오래 전부터 예정돼 있었다. 왓챠 제공


③무너진 미국 보수의 상징

영원한 권력은 없다. 폭스뉴스로 20년 넘게 미국 정계를 쥐락펴락했던 에일스도 결국 인생 최대 적수를 만난다. 자신이 수십 년 간 쌓아온 업보였다. 여성 앵커 그레첸 칼슨(나오미 와츠)이 그의 성폭력을 고발하면서 비슷한 증언이 잇따른다. 에일스는 진보가 꾸민 음모라고 반박한다. 그의 아내 역시 에일스의 편에 서지만 몰락은 불가피하다.

※권장지수: ★★★★(★ 5개 만점, ☆은 반개)

뉴스로 권력을 휘둘렀던 한 사내의 삶을 꼼꼼한 취재로 복원했다. 모든 등장인물이 실명으로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대립, 트럼프와의 교류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까지 다룬다. 폭스뉴스의 보도 행태 등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저널리즘은 위축되고, 가짜뉴스가 판치게 된 21세기 뉴스 시장의 부조리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퉁퉁하게 살을 찌어 에일스로 변신한 러셀 크로우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55%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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