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기금운용위원회 개최
'재보궐 선거 의식' 논란에 일단 보류
"미래 기금 운용에 부담" 반대도 영향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순매도 행진'을 당분간 더 이어가게 됐다. 투자금 가운데 국내 주식 보유 목표 범위를 늘릴지에 대한 결론을 다음 달로 미뤘기 때문이다.
내달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연기금의 순매도세에 대한 개인투자자 반발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고조되자, 논의를 일단 연기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26일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를 열고 '국민연금기금 리밸런싱 체계 검토' 안건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내달 말 열릴 다음 회의 때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기금위는 이날 회의에서 국민연금의 '전략적 자산 배분' 허용 한도를 기존 ±2%포인트에서 최대 ±3.5%포인트로 상향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전략적 자산 배분이란 전체 자산 중 주식 비중이 목표 비율보다 높거나 낮을 경우, 일정 수준까지는 오차를 허용해 주도록 하는 제도다. 올해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 대비 국내주식 목표 비율은 16.8%인데, 전략적 자산 배분 허용 범위가 3.5%포인트까지 높아지면 이론적으로 20.3%(16.8%+3.5%포인트)까지 국내 주식을 더 보유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은 "목표 비율을 조정해 현재 주식 매도세를 누그러뜨린다 해도 어차피 국내 주식 매도는 불가피하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정부는 국민연금기금(지난해 말 기준 833조원)이 2041년 약 1,800조원으로 정점을 찍고 점차 줄어 2057년 고갈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지금부터 보유 주식을 팔지 않으면 20년 후부터는 매년 대규모로 주식을 매도할 수밖에 없다. 이날 회의 후 권덕철 복지부 장관도 "(목표 비중 수정에 대한) 시기와 규모, 조정 정도에 대해 여러 위원의 다양한 의견이 있어 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국민연금기금의 중기 자산배분 전략이 수립된 상황에서 목표 비율만 따로 조정하는 건 다분히 여론을 의식한 결과란 비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지난해 5월 국민연금은 2025년까지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을 15%로 낮춘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금위 위원을 지낸 정용건 금융감시센터 대표는 "자산 비중 목표 수정은 중기자산 배분과 관련해 전체적으로 논의돼야 하는 문제"라며 "오늘 논의 자체는 몸통은 두고 꼬리만 흔드는 격으로 기금 운영과 관련된 고민이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리밸런싱 검토 보류로 당분간 연기금의 매도세는 예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연기금은 순매도 행진을 시작한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이날까지 16조4,000억 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증권업계에선 이 물량 대부분을 국민연금이 내다 판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목표인 16.8%를 맞추기 위해선 최대 10조원 가까운 물량을 더 내놔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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