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4500억원어치 물류 운송 지체"
우회로 찾는 기업들… 인플레 가능성도
세계 공급망 마비가 현실화하고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의 좌초로 수에즈운하가 가로막힌 데 따른 후폭풍이다. 영향받는 품목이 원유에서 커피ㆍ화장지까지 광범위하다.
2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가 인용한 해운정보 업체 로이드 리스트의 추정에 따르면 수에즈운하에서 발생한 에버기븐호 좌초 사고로 시간당 약 4억 달러(약 4,500억 원)어치의 물류 운송이 지체되고 있다. 세계 무역량의 12%가 통과하는 데다 유럽과 아시아 간 지름길 격인 수에즈운하가 막히며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산업 필수품인 원유가 문제다. 원유정보 업체 보르텍은 이번 사고로 유조선 10척의 운항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집계했다. 해당 선박에 실린 원유만 해도 1,300만 배럴 정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인 2019년 당시 세계 하루 원유 소비량 9,800만 배럴의 13%에 달한다.
뿐만 아니다. 소비자 피부에 와닿는 제품들도 위기다. 블룸버그통신은 수에즈운하 차단으로 당장 인스턴트 커피와 휴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이 로부스타 커피의 최대 생산지인 베트남 등으로부터 커피를 공급받은 통로가 수에즈운하다. 또 화장지의 원료가 되는 펄프 운송에도 이미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세계 물동량 편중 탓에 컨테이너마저 품귀인 곳이 많아서 여파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들도 패닉이다. 물품 공급이 더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이미 나이키와 크록스, 갭, 펠로톤, 윌리엄 소노마, 월풀, 테슬라 등 많은 기업이 팬데믹 때문에 올해 1분기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고 밝힌 상태인데 수에즈운하 경색까지 겹쳤다. 일부 기업은 수에즈운하 재개를 기다리기보다 발 빠르게 아프리카 희망봉 항로를 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 상승은 예상된 수순이다. 경제학자 존 글렌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수에즈운하가 일시적으로나마 폐쇄된다면 영국 기업의 아프리카 배송 시간이 최대 10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이런 일이 발생하면 상품 부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태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FT는 이날 에버기븐호 철거에 수 주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운항이 지체되는 선박도 늘고 있다. 경제 데이터 제공 회사인 레피니티브의 란지스 라자 분석가는 “206척 이상의 선박이 운하 양쪽에서 대기하고 있다”며 “24시간 동안 약 두 배로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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