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와룡산 선원공원 추모·기원비 제막식
성서초 5명 91년 실종 2002년 유골로 발견
부검 후 타살 결론 났지만 장기미제로 남아
30년 전 도롱뇽 알을 줍겠다고 집을 나섰다가 실종 11년여 만에 유골로 발견된 대구 개구리소년 추모비가 제막됐다.
26일 오전 11시 대구 달서구 용산동 와룡산 선원공원에서는 '개구리소년 추모 및 어린이안전 기원비' 제막식과 추모제가 열렸다. 지방선거 임시공휴일이었던 1991년 3월 26일 대구 성서초에 다니던 우철원(당시 13세), 조호연(12), 김영규(11), 박찬인(10), 김종식(9) 등 5명의 실종 사망아동을 추모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기원하는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는 우군의 아버지 우종우씨, 조군의 부모 조남환·김순녀씨, 김영규군 어머니 최경희씨, 김종식군 어머니 허도선씨 등 유족과 권영진 대구시장, 장상수 대구시의회 의장,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김진표 대구경찰청장,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 회장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유족 대표인 우종우씨는 "매년 추모제를 지낼 수 있도록 추모·기원비를 세워줘서 고맙다"며 "지금이라도 범인이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 이유라도 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애통해했다.
이날 제막된 추모·기원비 명칭은 '안식-품'으로 가로 3.5m, 세로 1.3m, 높이 2m의 화강석으로 만들어졌다. 엄마의 품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감싸주는 포근함과 보호막, 안식처를 표현한 이 작품에서 꽃바구니 안의 5개 꽃송이는 5명의 실종 아동을 상징하고 있었다. 유족들은 추모·기원비에 적힌 자녀들 이름을 어루만지며 옛날을 회상하기도 했다.
대구시는 시민들이 개구리소년 사건을 통해 어린이 안전을 되새길 수 있도록 2019년 가을부터 1년 6개월간 유족 및 시민단체와 함께 추모·기원비 조성사업을 추진해왔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추모·기원비 조성에 마음을 모아 주신 유족들께 감사드린다"며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아동친화도시 대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개구리소년 5명은 실종 11년 6개월 만인 2002년 9월 와룡산 중턱에서 유골로 발견됐다. 경북대 법의학팀은 부검 후 타살로 결론내렸고, 경찰은 단일 사건 최대 규모인 연인원 35만 명의 수사인력을 투입했으나 전모를 규명하지 못해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다.
유족들은 "실종 후 저수지 물을 빼면서까지 수색작업을 벌이고, 단독주택 재래식 화장실 바닥까지 뒤졌는데도 결국 실종 장소인 와룡산에서 유골이 발견된 것은 초동수사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민갑룡 전 경찰청장은 2019년 재수사를 지시했지만, 마침표만 찍지 않았을 뿐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나주봉 회장은 "정부와 국회에 개구리소년 사건 진상규명위원회 설치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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