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정부가 스포츠윤리센터 설립을 발표했을 때 체육인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 동안 제대로 된 기구가 없어 체육계 인권 문제를 키웠겠느냐는 반문이었다.
지난해 고(故) 최숙현 사태로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서둘러 출범을 준비할 때도 마스터플랜 없는 졸속이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박양우 당시 문체부 장관은 기존에 없던 '독립 권한' 부여를 강조하며 읍소했다. 앞서 2019년 1월 심석희의 '스포츠 미투'를 계기로 정부는 지난해 초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해 스포츠윤리센터의 설립 근거를 만들었다. 그동안 피해 선수들은 대한체육회나 각 종목별 체육회에 신고를 접수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때문에 체육계 인사들이 '제 식구 감싸기' 식 솜방망이 처벌을 거듭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래서 정부는 스포츠윤리센터를 문체부 산하 독립기관의 형태로 설계했다.
하지만 실제 스포츠윤리센터는 강제 조사 권한이 없어 기존 대한체육회 스포츠클린센터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도리어 부족한 인력, 비상식적 채용 문제로 준비 과정부터 도마에 올랐다. 결국 스포츠 인권을 보호하겠다며 호기롭게 문을 연 스포츠윤리센터는 정작 내부 인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 노동조합이 스포츠윤리센터의 비정상적인 운영 등을 지적하며 문체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진정서를 내는 일이 있었다.
제 앞가림도 못하며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스포츠윤리센터 때문에 그 피해는 각종 인권 침해에 시달리는 제2의 심석희, 최숙현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지난 2일 윤리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총 129건의 신고를 받았는데, 이중 징계 요청을 한 신고 내용은 4건, 수사 의뢰는 1건뿐이었다. 심의위원회 안건으로 올라온 신고 접수도 32건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신고 접수 내용 중 심의위원회까지 간 건 4건 중 1건꼴이었으며, 징계 요청 등으로 피해자의 주장이 관철된 신고 건수는 약 4%였다. 최근 봇물처럼 터져 나온 '학폭' 피해자들도 윤리센터를 찾기 보다는 익명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폭로했다.
급기야 이숙진 이사장이 지난 19일 돌연 사퇴하면서 스포츠윤리센터는 출범 7개월 만에 좌초 위기에 놓였다. 이 전 이사장은 사임하며 "스포츠윤리센터는 스포츠를 사랑하는 국민들과 스포츠 선수의 기대와 여망을 해결하기에는 매우 부실한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출범했다"면서 "설립과 동시에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놓였다"고 그간 일었던 논란을 인정했다.
당황한 문체부는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인력 문제를 비롯한 쇄신책을 발표하며 재출범 수준의 재정비를 약속했지만 체육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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