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같은 시드전 홀인원 1부 투어 잔류
은퇴 미루고 KLPGA 새 목표 설정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8년차 황율린(28ㆍ도휘에드가)에게 지난해 11월 전남 무안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021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투어 시드순위전은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여정으로 기억된다. 1라운드 첫 홀 아웃오브바운스(OB)를 포함해 2번홀까지 4타를 잃은 그는 곧장 짐을 싸고 싶었는데, 시드를 잃으면 은퇴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그로선 ‘그래도 마무리는 하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그런데 초반 부진 이후 버디가 7개 나왔다. 골프 참 모른단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1,2라운드를 ‘꾸역꾸역’ 이어 간 뒤, 중위권으로 처진 3라운드 파3 11번 홀에서 기적 같은 홀인원이 나왔다. 자신의 공식대회 첫 홀인원이다. 이튿날 예정됐던 4라운드가 악천후로 취소되면서 결국 그는 홀인원으로 줄인 두 타 덕에 39위(2오버파)를 기록, 부분 시드를 따냈다. 그는 시드전 이후 두 달을 푹 쉰 뒤 다시 2021 시즌에 뛰어들기로 결심하고 새해부터 골프채를 잡았다.
25일 본보와 만난 황율린은 “난 1부 투어에 걸친 선수”라고 했다. 사실 올해가 극적이었을 뿐 그의 프로 생활은 꾸준히 1부와 2부 투어의 경계에 놓여 있었다. 황지애란 이름으로 데뷔한 2014년 상금 순위 76위, 2015년 68위를 기록했다. 2부 투어에서 주로 뛰며 1년 내내 970여만원의 상금을 쌓은 2016 시즌을 마친 뒤엔 이름을 바꾸는 초강수를 두고 2017 시즌 1부 투어를 누볐지만, 상금 97위에 머물렀다. 2018년 99위, 2019년 59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조금만 더 잘 풀리면 보다 안정적인 투어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 그리고 골프 인생에서 1부 투어 우승 목표를 꼭 이루고 싶은 마음에 투어를 멈출 수 없었다”고 말하면서도 “투어 생활을 오래 하면서 반복되는 패배감, 회의감 때문에 힘들었던 건 사실”이라고 했다. 지난해엔 '골프가 내게 맞는 운동이었는지'란 의문까지 들면서 지난해 은퇴까지 생각했단 게 그의 설명이다.
사실 어렵게 풀 시드를 따낸 지난 시즌 겪은 ‘역대급 변수’가 야속할 만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회도 줄고, 실력이 뛰어난 해외파들도 대부분 국내에 머물며 설 자리가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투어를 한 두 해 뛴 게 아니다 보니,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서운하거나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며 “(시드전 홀인원처럼)내게 유리하게 작용한 순간들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밀려왔던 은퇴 생각을 접고 나니 새 목표가 보였다. 그는 “지난해 영어 이력서를 쓸 일이 있었는데, 2016년 기록한 2부 투어 우승, KLPGA 정회원 정도밖에 없더라”며 “비록 제한적인 기회가 주어지지만, 올해 1부 투어 대회 때 ‘그 분이 오셔서’ 우승권에 근접한다면 꼭 우승 기회를 잡고 싶다”고 다짐했다. 때마침 지난해 없었던 메인스폰서(도휘에드가)를 비롯해 새 서브스폰서(하나AMC금융ㆍ보그너 등)가 생겨 이전보다 안정적인 여건에서 투어를 뛸 수 있게 됐다. 그는 “2021 시즌을 ‘선물 받은 시즌’이라고 생각하면서 부담을 덜고 내 실력을 최대한 발휘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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