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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만 40분, 비대면은 가입 중단"... 금소법 혼란에 소비자만 골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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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만 40분, 비대면은 가입 중단"... 금소법 혼란에 소비자만 골탕

입력
2021.03.25 20:00
16면
0 0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상품 '설명 의무'에 상담시간 평소 3배
설명서 발급 의무화에 비대면 상품 중단
은행은 "시간 부족" 당국은 "업계도 참여" 공방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서 금융상품 상담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서 금융상품 상담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으로 상담 시작 후 최소 40분 이상 걸릴 예정입니다. 시간 여유 있으실 때 다시 방문해주시면 친절하게 안내해드리겠습니다."

25일 연금펀드 가입을 위해 서울 서대문구 A은행의 영업점을 찾은 직장인 김모(43)씨는 30분 정도를 기다린 뒤 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은행 내 대기자 수만 예닐곱 명이었고, 창구 4곳에서 상담 중인 고객들은 일어날 기미도 안 보였다.

김씨는 "금소법 시행으로 혼란할 수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예금 가입에도 설명서 하나하나 읽느라 '진땀'

금소법이 시행된 첫날,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사 영업점들과 고객들은 그야말로 혼란의 하루를 보냈다.

기존에 일부 금융상품에만 적용돼 온 6대 판매원칙(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불공정 행위 금지, 부당권유 금지, 허위· 과장 광고 금지)이 사실상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 적용되면서 금융상품 가입 시 각종 상품 설명과 설명서 발급 등을 의무화한 영향이 컸다.

영업점을 찾은 고객들은 금융상품 가입 절차를 완료하기까지 길게는 평소보다 3배가량 시간이 더 걸렸다고 토로했다.

이날 적금과 펀드상품 가입을 위해 서울 중구 시중은행을 찾은 주부 서모(60)씨는 "은행 직원이 설명서 글자를 하나하나 다 읽더니 꼭 가져가야 한다고 준 서류 뭉치만 책 한 권 분량"이라며 "수십 년 동안 은행을 들락거렸어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온종일 진땀을 뺀 건 방문객들뿐만이 아니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은 "하필 노인연금 수령일, 대출 만기일, 회사 월급날이 다 몰린 날이라 더 정신이 없었다"며 "바쁘니까 설명서를 읽지 말고 요점만 정리해달란 고객을 설득해 하나하나 다 읽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고 토로했다. 한 은행 본점 직원은 "전국 영업점에서 직원들의 문의 전화가 잇달아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첫날인 25일 오후 서울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에 설치된 STM(스마트 텔러 머신)에 입출금 통장 신규 서비스의 한시적 중단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날부터 주요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상품 판매와 AI(인공지능) 서비스 등을 중단했다. 연합뉴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첫날인 25일 오후 서울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에 설치된 STM(스마트 텔러 머신)에 입출금 통장 신규 서비스의 한시적 중단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날부터 주요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상품 판매와 AI(인공지능) 서비스 등을 중단했다. 연합뉴스


시스템 미완에 비대면 상품 중단도

혼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주요 은행들은 비대면을 중심으로 일부 금융상품 판매까지 중단했다. 은행들이 운영해 온 키오스크(무인 단말기)가 '설명 의무' 시스템을 제공하지 못한 탓이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키오스크를 통한 예금 및 펀드의 신규 판매와 신용카드 신규 발급 등을 중단하고 4월부터 순차적으로 재개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연금저축펀드 계좌의 비대면 신규 가입과 여러 펀드상품을 엮어 파는 펀드 일괄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판매 재개 시점은 미정이다. 신한은행도 키오스크를 통한 신규 예금통장 개설 등이 일정 기간 중단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메일로 상품설명서 교부가 가능해지도록 키오스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혼란에 소비자 불편이 가중되고 있지만 금융권과 금융당국은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금융권에선 정부가 금소법 시행령 의결을 너무 늦게 하면서 현장 준비를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상품설명서부터 약관, 전산, 내부 규정 등 시행령에 따라 준비해야 할 범위가 너무 넓다"며 "그러나 정작 시행령이 법 시행 약 일주일 전인 지난 17일에야 의결돼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제대로 준비를 안 해놓고 시행령 의결 시기를 핑계로 돌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미 금소법은 1년 전에 완성돼 시행령이나 감독규정 만들 때도 업계가 참여해서 논의를 했다"며 "시행령이 완료된 것은 3월이지만 앞서 지난해 10월 제정안과 비교하면 금융권의 부담이 늘어나는 쪽으로 수정된 부분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조아름 기자
김정현 기자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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