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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이정은, 오래 전 잘 됐어야…로맨스 장면 편하게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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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이정은, 오래 전 잘 됐어야…로맨스 장면 편하게 찍었다"

입력
2021.03.25 16:43
수정
2021.03.2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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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극 영화 '자산어보' 개봉 앞둬
대학 후배 이정은과 호흡 맞춰

'자산어보'로 사극에 첫 도전한 설경구는 "흑백영화에 대한 평가가 좀 박해 걱정인데, 흑백영화가 좀 더 세련된 것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자산어보'로 사극에 첫 도전한 설경구는 "흑백영화에 대한 평가가 좀 박해 걱정인데, 흑백영화가 좀 더 세련된 것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31일 개봉하는 영화 ‘자산어보’는 배우 설경구에게는 의미가 남다르다.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로 스크린에 데뷔한 이래 23년만에 첫 출연하는 사극 영화다. 생애 첫 흑백영화이기도 하다. 25일 오후 화상으로 만난 설경구는 “좀 더 마음이 여유로워진 나이에 사극을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며 “사극에 대한 호기심과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영화 출연부터 적극적이었다. 영화 ‘소원’(2013)을 함께 하며 신뢰가 생긴 이준익 감독이 ‘자산어보’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또 함께 해보고 싶은 마음에 무턱대고 시나리오를 달라 했다”고 한다. “두 번 세 번 읽으며 이야기에 젖어 들었고, 흔쾌히 출연하겠다”고 나섰다.

설경구는 정약전을 연기했다. 조선 후기 신유박해로 머나먼 흑산도로 유배됐다가 유명 어류 도서 ‘자산어보’를 남긴 인물이다. 영화는 정약전이 흑산도 어부 청년 창대(변요한)와 우정을 나누며 책을 집필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당시 혼란한 시대상을 화면으로 불러낸다.

전남 신안군 비금도와 도초도 등지에서 주로 촬영했다. 설경구는 “섬에 들어가서 스태프, 배우들과 섞여서 놀아보자”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 세 차례 태풍을 맞이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늦장마 때문에 장면에 없던 비 오는 모습을 찍기도 했고, 바닷바람에 날려 수염이 얼굴 옆에 붙은 경우도 있었다”며 웃었다.

영화에는 정약전을 보살피는 흑산도 여인 가거댁이 나온다. 배우 이정은이 연기했다. 설경구에게는 “둘이 살이 하얘서 ‘백돼지 남매’라 불릴 정도로 대학(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시절부터 가깝게 지내온” 후배다. 설경구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출연할 때도 제가 제안을 해 같이 공연하기도 했다”며 “오래 전 잘 됐어야 하는 배우인데 늦은 만큼 (지난해 오스카 6관왕 ‘기생충’으로) 대형 사고를 쳤다”고 했다. 그는 “(이정은이) 학교 다닐 때부터 자연스러운 연기의 대가였다”고 덧붙였다. “(정약전과 가거댁 사이) 로맨스 장면은 둘이 워낙 편한 사이라 부담 없이 찍을 수 있었다”고도 말했다.

설경구는 영화 '자산어보'에서 신유박해로 흑산도에 유배된 정약전을 연기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설경구는 영화 '자산어보'에서 신유박해로 흑산도에 유배된 정약전을 연기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자산어보’는 유명 배우들의 우정출연이 눈길을 끈다. 류승룡이 정약전의 동생 정약용을, 정진영이 정조를, 김의성이 창대의 아버지 장진사를, 동방우(옛 이름 명계남)가 나주목사를 각기 연기한다. 우정출연 아이디어는 설경구가 냈다. “정약용과 달리 정약전은 교과서에 한 두 줄로 설명됐던 인물이고 창대는 ‘자산어보’ 서문 몇 줄을 바탕으로 창조된 인물이라 관객에게 영화가 낯설게 느껴질 것”이라 우려해서였다. “유명 배우가 대거 출연하면 관객이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여겼다.

이 감독은 처음엔 “바쁜 사람들을 하루 촬영을 위해 불러서는 안된다”고 반대했다. 우정출연이 하나 둘 성사되면서 “이 감독님도 즐거워하게 됐다”고 한다. “화룡점정은 류승룡씨었어요. 서울에서 출발하면 정말 먼 길인데, 즐겁게 와서 즐겁게 촬영하고 즐겁게 돌아가서 정말 고마울 따름입니다.”

‘박하사탕’(2000)을 디딤돌 삼아 충무로 정상급 배우가 된 후 꾸준히 20년 넘게 꾸준히 활동해 왔지만 설경구 역시 여느 유명 배우처럼 불안감을 안고 살아왔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의 변성현 감독을 만났을 때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설경구는 “예전엔 연기할 감정을 촬영 전에 미리 품고 있어서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산어보’에선 설경구의 변화가 감지된다. 아니나다를까. 그는 요즘 “나이가 들고 많이 내려놓아서인지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전에는 누군가 저보고 장미 같다고 할 정도로 가시가 너무 많았어요. 예전엔 날이 섰는데, 요즘은 무뎌지고,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려는 경향이 생겼어요. 연기는 촬영하는 순간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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