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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엔진 굉음이 교실까지... 학생들은 30년째 '고통' 대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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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엔진 굉음이 교실까지... 학생들은 30년째 '고통' 대물림

입력
2021.03.25 15:00
수정
2021.03.2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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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왕복 6차로 영동고속도로와 동원고 모습. 11m 높이 방음벽이 설치돼 있지만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17일 왕복 6차로 영동고속도로와 동원고 모습. 11m 높이 방음벽이 설치돼 있지만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창문을 열자 교실 안으로 소음이 밀려들어 왔다. 질주하는 차량의 엔진 소리, 각종 마찰음, 비상 사이렌까지 온갖 잡음이 귀를 때렸다. 맞은편엔 방음벽이 제법 높이 세워져 있었지만 제구실을 하지는 못했다. 창문을 닫아도 신경을 거스르는 소음은 여전했다.

지난 17일 수업이 한창인 경기 수원시 동원고등학교 상황이다. 1991년 학교와 뒷산 사이로 영동고속도로가 뚫린 이후 30년간 소음으로 인한 고통이 학생들에게 대물림돼 왔다. 시간이 갈수록 차량 통행량은 증가했고 방음벽은 유명무실해졌다.

정강현 교장은 "(고속도로 건설이) 나라에서 하는 일인데 어떻게 막을 수 있었겠나"라며 "건설 당시는 반대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음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학교생활 전반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물론, 학업에도 악영향이 미친다. 3학년 김준용군은 "특히 영어듣기 평가 때 방해가 심하다”며 "심지어 사이렌 소리까지 들리다 보니 신경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현목군은 “소음뿐 아니라 매연 때문에 목까지 칼칼해질 정도”라고 전했다.

대체 소음이 어느 정도이길래 학습권 침해를 호소하는 걸까. 취재진이 직접 소음을 측정해 봤다. 교실 창문 앞에 서서 소음측정기를 작동해 보니 60~62db(데시벨)이 나왔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백화점 내부' 수준으로 수면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정도다. '학교보건법 시행규칙'에 의하면 교내 소음은 55db을 넘어선 안 된다.

고속도로와 인접한 교실에서 소음을 측정한 결과 기준치인 55db 훌쩍 넘어 60db 이상을 기록했다.

고속도로와 인접한 교실에서 소음을 측정한 결과 기준치인 55db 훌쩍 넘어 60db 이상을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고속도로가 학교 방면으로 확장될 예정이라는 사실. 도로와 교사 사이가 더 가까워질 테니 소음 피해 또한 더 심각해질 것이 뻔하다. 한국도로공사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11m(건물 3층) 높이의 방음벽을 18m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방음벽을 높이면 기준치인 55db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방음벽을 사이에 두고 소음 공해에 시달려 온 학교 측은 도로공사의 이 같은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방음벽 자체의 소음 차단 효과가 크지 않고, 지금보다 7m를 높일 경우 학교 전체가 방음벽에 완전히 가로막히게 된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실효성 없고 조망권까지 해치는 방음벽 대신 방음터널 건설을 도로공사에 촉구하고 있다. 학생들까지 나서 방음터널 설치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막대한 공사비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소음의 측정치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피해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고 지적한다. 이승태 도시환경 전문 변호사는 "공장이나 도로로부터 발생하는 소음의 기준을 '55db 이하로 할 것'이라고 법에서 명시하고 있지만, 이는 최대로 설정된 기준”이라며 “학생들이 실제로 느끼는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판단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한편 도로공사는 "24일과 25일 이틀간 동원고 내부에서 정밀 소음 측정을 진행한 뒤 수치를 종합해 향후 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용식 PD
김광영 기자
김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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