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가 장악한 시리아 난민 캠프... "여성·아이들 송환하라"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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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가 장악한 시리아 난민 캠프... "여성·아이들 송환하라" 목소리 커져

입력
2021.03.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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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동북부 하사카 지역 알홀 캠프
2월 IS 점조직 공격으로 19명 사망
자치정부 AANES "난민 송환" 촉구하면서
자체 법정 열겠다지만 논쟁 여지 여전

쿠르드족 군인이 18일 시리아 동북부 하사카 지역 알홀 캠프에서 석방된 시리아 난민들을 바라보고 있다. 하사카=AFP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시리아 동북부 로자바 지역의 자치정부인 ‘시리아동북부자치행정부(AANES)’는 국제사회를 향해 간곡한 성명 하나를 발표했다. 이 지역 최대 난민캠프인 알홀 캠프에 사실상 구금 중인 이슬람국가(IS) 여성들과 그 자녀들을 본국으로 조속히 송환하라는 메시지였다. 일명 '로자바' 측은 성명을 통해 “캠프에 머무는 IS 가족과 (동북부 지역에서 두루 활동하는) IS 점조직이 동북부 지역 치안 악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아이들은 극단주의자들이 지배하는 이 환경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고 적절한 재활을 거쳐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여전히 송환율이 매우 저조하다고 강조했다.

이 성명은 IS가족 본국 송환에 대한 AANES의 기존 입장에서 변화된 것이다. 그동안 AANES는 미성년 아동들의 송환만 요구해 왔다. 사망한 IS 대원들의 아내를 포함한 IS 여성들이 극단 사상으로 ‘오염된’ 채 송환되는 게 위험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기존 입장에 변화가 온 건 최근 알홀 캠프를 둘러싼 각종 폭력 사태로 캠프의 극단주의화 현상이 심각해졌고, 무엇보다 치안 상황이 더 악화되면서 통제 불가능의 분기점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시리아 동북부 하사카 지역에 위치한 알홀 캠프에서 한 시리아 난민 가족이 이주를 기다리며 앉아 있다. 하사카=AFP 연합뉴스


‘IS 부활’ 알홀 캠프의 공포

알홀 캠프는 시리아 동북부 하사카 지방에 위치한 이 지역 최대 난민 캠프다. 2년 전 IS가 대패하면서 영토를 상실하자 갈 곳 없는 ‘IS 가족들’ 다수가 이 캠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10월 11일 발표된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보고서에 따르면 알홀 캠프에는 총 6만4,619명이 머물고 있다. 여성과 어린이가 94%다. 12세 미만 어린이는 무려 53%나 된다. 출신지로 보면 48%가 이라크인이고, 37%는 시리아 출신이며 나머지는 약 54개국에 달하는 제3국 출신이다. AANES는 지난해 10월 IS 연계 활동 등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경력이 없는 시리아인에 한해 원하면 귀향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사면 조치를 취했다. 10월 5일 약 2만5,000명이 석방된 데 이어, 같은 달 15일과 19일 수백 명의 시리아인들이 더 귀향을 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캠프에는 6만 명 가까이가 남아 있는 것이다.

유럽, 호주, 캐나다 등지에 국적을 두거나 이 지역 출신 부모를 둔 아이들의 경우는 이들 국가에서 자국민 데려오기를 꺼리면서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 ‘나를 캐나다로 데려가세요’에 따르면 캐나다 국적자에게서 태어난 어린이는 26명이고 대부분이 6세 미만 유아들이다. 당연하게도 이 아이들에게는 어떠한 죄과도 물을 수 없고 조속히 캐나다로 송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쿠르드 적신월사(赤新月社·적십자에 해당하는 이슬람권 기구)는 2019년에만 이 캠프에서 517명이 질병으로 사망했고 이 중 371명이 미성년 아동이라고 밝힌 바 있다. 캠프의 열악한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지표다.

바로 그 캠프의 치안 상황이 올해 들어 더욱더 악화되고 있다. 국경없는 의사회(MSF)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알홀 캠프에서 폭력사태로 사망한 숫자는 30여 명이다. 캠프 내 IS 급진주의자들이 자행한 공격과 폭력사태가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월 24일에는 MSF직원이 가족과 함께 IS 공격을 받고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

싱크탱크 로자바정보센터(RIC)가 3월 초 발표한 보고서 ‘시리아민주군(SDF) 고강도 체포작전, 그리고 알홀 캠프의 계속되는 살해사건들’을 보자. 2월 한 달 북동부 전역에서 총 28건의 공격이 발생했고 이 중 22건은 IS 소행이다. IS 점조직의 공격으로 사망한 이는 30여 명으로 추정되고 알홀 캠프에서만 19명이 참수, 총살 등 IS의 테러방식으로 살해됐다. RIC는 알홀 캠프에서 벌어진 대부분의 공격이 17세에서 20세 중반에 걸친 젊은 남성들에 의해 자행됐다고 분석했다. 모두 알홀 캠프 안에 거주하는 이들이다. 알홀 캠프를 둘러싼 IS 활동이 보다 대범해지고, 확장된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이 캠프가 IS 점조직 요원들과 지지자들의 테러작전 기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심각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북동부의 IS 부활 신호가 알홀 캠프에 집중되거나 이곳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이라크와 국경이 맞닿은 동부 데이르에조르 지역은 IS 활동이 급부상하는 지역이고, 따라서 이 지역은 ‘대 IS 작전’ 주무대가 되고 있다. 예컨대 지난 1월 22일 IS 점조직에 의해 납치된 후 암살당한 두 여성 정치인 사다 알헤르마스와 힌드 라티브 알카데르 사건 이후 2월 4일부터 열흘간 SDF와 쿠르드인민수비대(YPG), 내치보안군 등이 모두 동원된 대(對)IS작전이 펼쳐진 곳은 바로 이라크와 국경이 맞닿은 데이르에조르다. BBC가 2월 7일 자 보도에서 인용한 시리아 리서처 알리(가명)는 1월 한 달 시리아 동북부 지역에서 벌어진 IS 공격 횟수를 100건 이상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이 데이르에조르 지역에 집중돼 있다. 데이르에조르는 아랍계 주민들이 대거 거주하면서 이라크 국경 인접 지역이라 두 나라의 ‘구멍 난’ 국경을 넘나들며 최소 인원으로 치고 빠지는 도심 게릴라식 전술에도 용이한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IS 연관 세력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시리아 동북부 하사카 지방의 알홀 난민 캠프에서 지난 2월 17일 어린이들이 텐트 앞에서 놀고 있다. 하사카=AFP 연합뉴스


동북부 자치정부 “현지 법에 따라 IS 재판 하겠다”

IS 귀환이 거의 현실로 거듭 확인되는 가운데 AANES는 동북부 자치지역에 수감 중인 IS 대원들을 올 상반기 AANES ‘인민수비법정’에서 재판하겠다는 입장을 지난해부터 밝힌 바 있다. IS범죄 법정 세우기는 AANES가 ‘IS 가족 본국 송환’과 함께 강조해온 메시지다. IS 수감자들이 다국적자인 만큼 국제법정의 필요성을 말해왔으나 국제사회로부터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자 현지 사법체계라도 가동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AANES 법정에서는 이미 IS 활동에 연루되거나 알카에다 시리아의 초기 조직인 자바트 알누스라, 그리고 터키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국민군(SNA)과 연계된 시리아인은 8,000명가량이 재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IS 외국전사들의 재판은 시행된 바 없다. ‘국제대테러센터’가 3월 16일 자로 발표한 ‘뉴키드온더블록:AANES의 IS 전사 재판’ 보고서에 따르면 AANES는 나름의 헌법과 사법 체계를 갖추고 있다. 고문과 사형을 금지하고, 사형을 시행하는 국가로는 범죄인 인도를 하지 않는다. 여성 판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하고 있으며, 처벌보다는 재활을 목표로 한 사법 시스템을 지향한다.

그렇더라도 논쟁의 여지는 남을 것으로 보인다. 공식 국가가 아닌 자치지역의 사법 체계이고 그 ‘자치’ 역시 시리아 정부와 협상을 통해 공식화된 건 아니다. 무엇보다 ‘임의적 자치’ 성격이 강한 이 지역의 사법체계가 현지인은 물론 다국적 수감자를 다루는 상황에서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한지 논란의 소지로 남을 수 있다. IS라는 ‘거악’과 끝없이 싸우고 후속 처리까지 떠 맡아야 하는 '로자바'의 무거운 짐은 균형을 상실한 국제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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