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판결 '원칙적 판단' '예상한 결과'
'몸통' 임종헌 전 차장 재판도 맡고 있어

사법농단 사태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이민걸(왼쪽 사진)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연합뉴스
2월 법원 정기인사에서 서울중앙지법에 6년째 유임돼 ‘코드 인사’ 논란이 일었던 윤종섭(51) 부장판사가 23일 결국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규진(59)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이민걸(60)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전직 고위 법관들에게 처음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윤 부장판사가 이날 사법농단 관련 사건 '6연속 무죄'에 마침표를 찍자, 법원 안팎에선 “원칙적 판단을 내렸다”는 평가와 함께 “예상 가능한 결과였다”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윤 부장판사는 2018년 11월 임종헌(62)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권남용 사건을 배당 받은 것을 시작으로 2년 넘게 사법농단 관련 사건을 심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당시 전·현직 고위 법관들이 줄줄이 재판을 받게 됨에 따라, 피고인들과 연고 관계가 있는 재판부 배당을 피하고 공정성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형사합의재판부 3곳을 증설했다. 윤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를 내린 형사합의32부와 임종헌 전 차장 재판을 진행 중인 형사합의36부 재판장을 맡고 있다.
경남 거제 출신으로 경희대 법대를 졸업한 윤 부장판사는 ‘법관 엘리트’ 코스로 불리는 법원행정처 심의관이나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력이 없다. 2000년 판사 생활을 시작한 이후 줄곧 일선에서 재판 업무만 담당해, 사법농단 사태의 핵심인사로 지목된 법원행정처 수뇌부와 특별한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윤 부장판사가 검찰과 피고인 양측 모두에게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선 윤 부장판사가 인사권자인 김명수 대법원장 의도대로 판결을 내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법원 정기인사에서 윤 부장판사를 서울중앙지법에 유임시켰다. 통상 서울중앙지법 근무기간이 3년을 넘지 않는 것과 달리, 윤 부장판사는 6년째 남았고, 배석판사 2명도 각각 4년과 5년째 잔류했다.
이를 두고 법원 안팎에선 김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사건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심증을 갖고 있는 윤 부장판사를 의도적으로 유임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종헌 전 차장은 2019년 6월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재판부를 상대로 기피신청을 내기도 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윤종섭 재판부가 2월 인사에서 유임될 때부터 사법농단 사건 선고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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