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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당했어도 잊어버려" 대전 중학교 교사 막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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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당했어도 잊어버려" 대전 중학교 교사 막말 논란

입력
2021.03.23 21:00
수정
2021.03.23 22:35
0 0

권익위 국민신문고에 민원 제기돼
학교·교사 "안 좋은 것 잊자는 취지"
"교육청 사실확인 조사 부실" 지적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대전의 한 중학교 교사가 진로수업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성폭행을 당했어도 잊어버려야 한다'는 막말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육당국이 사실 확인을 위해 해당 수업을 받은 학생들을 조사했지만 부실조사란 지적이 나온다.

23일 대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대전 서구 한 중학교에서 '나의 다짐'을 주제로 한 진로수업 도중 교사 A씨가 학생들에게 '네가 만약에 초등학교 때 성폭행을 당했어도 잊어버리는 거야'라는 말을 했다는 민원이 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제기됐다.

민원에는 또 A교사가 특정 학생을 지목하며 'XX이가 초등학교 때 시험보다 오줌을 쌌어. 그래도 그건 다 잊어버리는 거야'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A씨가 수업 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아이들과 큰 소리로 대화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관할 교육지원청은 이에 대해 "해당 교사는 특정 학생을 지목하며 오줌 등의 발언을 한 것은 인정했지만, 성폭행 관련 발언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며 "어릴 적 실수나 안 좋았던 일은 중학생이 됐으니 모두 용서하고 잊어서 새로 시작하자는 취지의 발언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라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교육지원청은 정확한 발언 내용을 파악하고자 학교 측과 협의해 당시 수업을 들은 5개 반 학생 12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감수성 교육도 시행했다. A씨에겐 마스크 미착용에 대해 방역지침 미이행에 따른 주의촉구장을 발부하고, 이달 중 교사 성인지 및 인권 감수성 교육도 할 계획이다.

그러나 당국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사실 확인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폭행 관련 등 교사의 막말 여부' 질문은 하지 않고, '수업 후 어떤 게 기억에 남는지 적어보라'는 취지로 설문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설문은 학교 측과 협의해 진행했다"며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그런 질문을 했던 것으로 해당 교사의 (수업 중 성폭행 관련 등) 발언 여부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 결과를 보고 필요하다면 추가 조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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