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청렴도 제고' 웹드라마 경주우먼 제작
대구시, 영화 '신세계' 패러디? '신대구' 인기 몰이
부산 영도구, 골목시장 홍보 영상 제작?
충북 충주 유튜브 채널 '충TV' 구독자 19만
충북 충주시 구독자 전국 지자체 1위...홍보맨은 스타 반열

대구시 공무원들이 영화 '신세계'를 패러디해 제작한 유튜브영상 '신대구'의 한 장면. 대구시 제공
공무원들이 'B급 감성'으로 자체 제작한 웹드라마와 패러디 영화 홍보영상이 지자체 경계를 허물며 누리꾼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허를 찌르는 유머코드에 "왜 이렇게 웃기냐", "설마 공무원은 아니죠"라는 댓글이 끊이지 않는다. 영상 곳곳에 PPL(간접광고) 형식으로 중점 추진중인 시정을 녹이고 칠을 해 홍보 효과도 쏠쏠하다. 지자체들의 셀프 홍보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경북 경주에서는 지난 15일부터 경주시립극단 단원 16명이 웹드라마 형식의 '경주우먼' 촬영에 매달리고 있다. 내용은 경주시 공무원 부부가 고아원에서 만난 자매 고아를 돌보며 자립을 돕는다는 시나리오다. 감독, 출연, 편집 모두 단원들이 도맡았다. 시 관계자는 "지역 지자체의 웹드라마 제작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오는 5월 편당 7, 8분 분량의 드라마 5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개봉된다.
이 웹드라마는 공무원의 청렴의식을 높이기 위해 기획됐다. 경주시는 2017~2019년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3년 연속 최하위 5등급을 받았다. 시는 '공자왈 맹자왈' 바른 소리로는 잘 각인되지 않는 탓에 감성 높은 드라마로 방향을 틀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코로나블루를 극복하고 이웃을 돌아보는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청렴의식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경주시 웹 드라마 '경주우먼' 촬영 현장. 경주시 제공
"어이 브라더~" 대사로 유명한 영화 '신세계'의 패러디 유튜브영상 '신대구'는 올 초 공개 후 조회수가 15만회에 육박하고 있다. 대구시 공무원들이 신세계의 명장면을 직접 연기하면서 착한 임대료 운동과 세계 첫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 검사,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 2·28민주화운동 등의 시민정신을 알리고 있다.
김순금 시 뉴미디어팀장은 "대구시 공무원들이 'FLY053'이란 이름으로 폭염 대책과 희망지원금, 야간관광명소 등 다양한 모습의 대구를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패러디는 부산 영도구에도 날개를 달고 있다. 영도구 동영상 자체 동아리 '영도산다라'는 '킹스맨'과 '추격자' 등 영화를 패러디해 지자체 홍보를 견인하고 있다. 공무원 11명이 직접 영상콘텐츠 기획, 촬영, 편집, 연기해서 제작한 지역 전통시장 홍보영상은 케이블방송을 타기도 했다.
2019년 7월부터 지금까지 14편의 동영상을 만든 영도산다라는 2019년 8월 인사혁신처 ‘적극행정 홍보 콘텐츠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각종 영상공모전을 휩쓸고 있는 작품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연수원에서 주최한 '2019년 국민 참여 청렴 콘텐츠 공모전' 스토리텔링 분야'에서 대상을 받은 영도산다라의 작품 '청렴! 황희 정승에게 묻다'. 부산 영도구 제공
충북 충주시의 공식 유튜브 채널 ‘충TV’는 지자체 운영 SNS 가운데 가장 ‘핫’하다. 구독자수가 18만8,000명으로, 전국 지자체 유튜브 중 단연 1위다.
2019년 4월 개설된 충TV는 충주시육아종합지원센터 준공식 대목에서는 어른들이 센터에서 천진난만하게 뛰노는 영상을 올려 폭소를 자아냈고, 102개 콘텐츠 중 ‘공무원 관짝 춤(coffin dance)’은 이날 현재 조회수 540만에 근접하고 있다.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충주시 SNS담당자 김선태(34·행정 7급) 주무관도 덩달아 스타덤에 올랐다. 충TV 유튜브 영상을 거의 혼자 제작하다보니 지역에선 그를 모르면 간첩소리를 듣는다. 김 주무관은 “충주라는 브랜드를 ‘재미있고 유쾌한 고장’으로 알리기 위해 늘 머리를 굴린다”며 “충주 시민이 21만명인데, 전국 구독자수 21만명을 찍는 게 1차 목표”라고 말했다.

충북 충주시 홍보맨을 자처하는 충TV 운영자 김선태 주무관이 최근 제작한 '페트병 배로 한강 건너는 공무원'이라는 홍보동영상. 유튜브 캡처
지자체 홍보영상을 보는 누리꾼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별 것도 없는데 왜 이리 웃기냐”, “관공서 홍보물은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는 등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이강형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전통 미디어를 통해 홍보에서 벗어나, 자체 플랫폼을 활용해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현 미디어 생태계에 부합하는 현상"이라며 "보도자료에 의존하지 않는, 다양한 장르의 홍보물이 출현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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