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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증후군은 신의 보너스"... 편견에 맞선 인니 엄마들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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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증후군은 신의 보너스"... 편견에 맞선 인니 엄마들의 고백

입력
2021.03.23 14:35
수정
2021.03.2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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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못 벌잖아" "미친놈" "저런 애 안 낳기를"?
세상의 그릇된 시선 이기고 제빵사, 무용수로?
3월 21일마다 '짝짝이 양말' 신는 이유는

세상의 편견을 깨고 무용수가 된 나미라(왼쪽)와 제빵사 아스윈. BBC인도네시아 캡처

세상의 편견을 깨고 무용수가 된 나미라(왼쪽)와 제빵사 아스윈. BBC인도네시아 캡처

3월 21일은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이다. 날짜는 21번 염색체가 2개 아닌 3개임을 반영했다. 유엔이 2012년 공식 지정했다. 매년 전 세계에 3,000~5,000명이 다운증후군을 안고 태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네시아엔 약 30만 명이 있다. 남들과 모습은 다르지만 모두가 꿈꾸는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사연을 BBC인도네시아가 소개했다. 엄마들은 "신이 내린 보너스"라고 고백했다.

헤라와티(70)씨는 아스윈(29)이 태어났을 때 현실을 부정했다. "기껏해야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언젠가 아들이 다른 아이들처럼 되기를 바랐다"고 했다. 다름을 인정하고 나서야 아스윈은 다시 태어났다. 취미가 붙은 수영 덕에 아스윈은 2011년 아테네 하계 스페셜올림픽에 출전했다. 피아노 연주 실력도 뛰어나다.

다운증후군 제빵사 아스윈씨. BBC인도네시아 캡처

다운증후군 제빵사 아스윈씨. BBC인도네시아 캡처

사람들은 "그래도 돈은 못 벌잖아"라고 수군댔다. 헤라와티씨는 요리 강사들을 찾아 다니며 읍소했지만 다들 "가르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오랜 노력 끝에 한 사람이 아스윈을 가르치겠다고 나섰다. 다른 도시에 살고 있던 스승은 기꺼이 아스윈 집을 오가며 제빵 기술을 가르쳤다. 2년 전부터 아스윈은 인터넷을 통해 땅콩 쿠키 등을 팔고 있다.

엄마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낙담하지 않아요, 우리가 인내하면 무조건 할 수 있어요. 언제나 신이 돕거든요." 그리고 소망했다. "제가 죽은 뒤에도 아스윈이 독립해서 살면 좋겠어요."

다운증후군 무용수이자 모델 나미라. BBC인도네시아 캡처

다운증후군 무용수이자 모델 나미라. BBC인도네시아 캡처

나미라(23)는 모델이자 무용수다. 그의 어머니 니니씨는 딸이 춤과 모델 일에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유치원에 다닐 때도 모델 대회에 참가하길 좋아했는데 몇 년 후 학교 공연 행사에서 노래와 춤 동작을 한번에 외우는 걸 보고 춤에도 소질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학원에서 특별 교습을 받은 끝에 나미라는 2013년 무용수가 됐다. 2018년엔 자카르타 패션쇼에 다운증후군 대표로 선발됐다. 나미라는 여전히 공연 초청을 자주 받는다.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무용 보조교사로도 일하고 있다. 수입도 있고 월급도 받는다. 엄마는 "예상을 뛰어넘는 성취"라고 했다.

엄마는 좌절하지 않았다. 자신의 딸을 보고 한 임산부가 배를 쓰다듬으며 "아미트 아미트(원컨대 그런 일이 없기를)"라고 말했을 때도, 유치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돌아온 딸이 "엄마, 나는 미친놈이 아냐"라고 반복했을 때도 화내지 않았다. "감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요. 눈물과 인내, 시험으로 가득 찬 긴 여행입니다. 내 아이의 독립을 위해 뭐든 하겠다고 결심했죠."

3월 21일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을 기념해 신은 짝짝이 양말. 인터넷 캡처

3월 21일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을 기념해 신은 짝짝이 양말. 인터넷 캡처

다운증후군 아이들은 평생 부모의 도움이 절실하다. 거기에 더해 누군가 돕는다면 다운증후군 아이들에겐 다른 세상이 열린다. 예컨대 아스윈을 가르친 스승처럼, 나미라를 받아준 무용학원처럼 그들에게 손을 내밀고 기회를 주고 신뢰하면 된다. 물론 그들이 헤쳐 나갈 세상은 여전히 험하다. 다른 나라 얘기지만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운증후군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21일 세계 각국에선 '짝짝이 양말'을 신었다. 양말처럼 생긴 21번 염색체가 하나 더 있다는 걸 상징하며,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이해하고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취지다. 내년부터 3월 21일엔 짝짝이 양말을 신는 건 어떨까.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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