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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경제 최대 악재는 코로나 아닌 '대통령' 에르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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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경제 최대 악재는 코로나 아닌 '대통령' 에르도안

입력
2021.03.24 05: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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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총재 경질에 리라화 가치 15% 급락
3년 전 외환 개입으로 신흥국 금융위기 불러
“중앙은행 통제권 오용이 터키경제 근본 문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의 회담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모습. 브뤼셀=로이터 자료사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의 회담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모습. 브뤼셀=로이터 자료사진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터키에서만큼은 감염병에 우선하는 위험 요소가 있다. 바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다. 지구촌 권위주의 지도자의 대표 격인 에르도안 대통령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통에 시장의 신뢰를 몽땅 잃었다. 3년 전 터키에서 시작된 신흥국발(發) 금융위기의 재현을 점치는 우려마저 나온다.

22일(현지시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최근 터키 경제를 흔드는 가장 큰 악재는 에르도안 대통령이다. 그가 4개월 전 취임한 중앙은행 총재가 입맛에 맞지 않는다며 갑자기 경질한 바람에 전날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터키 리라화 가치는 15% 폭락했다. 최근 2년간 에르도안이 갈아치운 총재만 3명이다.

외환당국 수장의 잦은 교체는 에르도안의 권력욕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몇 달간 미국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신흥국 자본유출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그러자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은 기준금리를 인상해 해외자본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터키 역시 금리 인상에 나서 리라화 가치 하락을 막아야 했다. 하지만 경제 성과를 내세워 장기집권을 꾀하는 에르도안 야욕 탓에 터키 중앙은행은 그간 쉽게 금리를 올리지 못했다. 인위적으로 경제를 떠받치려 재정적자와 저금리 기조를 방관하면서 터키 물가상승률은 지난달 15.6%까지 치솟았다.

22일 터키 이스탄불의 한 환전소에 선진국 통화 대비 가치가 급락한 리라화가 표시돼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22일 터키 이스탄불의 한 환전소에 선진국 통화 대비 가치가 급락한 리라화가 표시돼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취임한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의 나지 아발 총재는 달랐다. 대통령의 반대에도 과감한 통화정책으로 취임 당시 10.25%였던 기준금리를 이달 19%까지 올렸다. 덕분에 경제는 빠르게 안정을 찾았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터키에 대한 신뢰가 회복됐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그러나 아발 총재의 항명은 에르도안의 분노를 사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는 전언이다. 티모시 애쉬 블루베이자산운용 신흥시장 전문가는 CNBC방송에 “에르도안의 어리석은 결정에 시장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에르도안의 권력 욕심이 자국 경제를 위험에 빠뜨린 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권좌에 오른 그는 2017년 개헌으로 최장 30년간 장기집권 발판을 마련했다. 무리수는 이듬해 곧바로 나왔다. 지방선거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두기 위해 중앙은행 외환 정책에 개입, 유동성을 무리하게 차단하면서 리라화 가치는 18%나 떨어졌다. 이 사건은 신흥국에 연쇄 금융위기를 불러온 신호탄이 됐다. 피닉스 케일런 소시에테제네랄(SG) 전략가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중앙은행 총재 교체로 터키는 마지막 닻줄을 끊어버렸다. 조만간 또 다른 외환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르도안의 권위주의 체제가 지속되는 한 터키 경제는 계속 부침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에르도안이 중앙은행 통제권을 오용한다는 게 터키(경제)의 근본 문제”라고 꼬집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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