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료방송 시장 1위인 KT가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재도약을 청사진으로 제시한 KT는 이를 위해 2023년까지 4,000억 원 투자와 더불어 30여 개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들어갈 방침이다.
"4,000억 원 이상 투자" 국내 업체 중 최대 규모
구현모 KT 대표는 23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타 기업의 투자 규모보다 많은 금액을 투자할 것"이라며 "KT의 콘텐츠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때까지 견디고 지원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 대표의 이런 계획은 급변한 국내 미디어 환경을 염두에 둔 포석에서 잉태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지상파 방송사와 인터넷(IP) TV 업체들이 주도했던 국내 미디어 콘텐츠 시장은 2016년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 이후 완전히 바뀌었다. 넷플릭스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확보한 오리지널 콘텐츠로 빠르게 가입자를 확대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달 월간 기준 넷플릭스 사용자 수는 1,000만 명을 넘어선 반면 웨이브(SKT), 티빙(CJ ENM), U+모바일tv(LG유플러스), 시즌(KT), 왓챠 등 국내 OTT 이용자 총합은 596만 명에 그쳤다. 국내 이통사업자들이 구축한 초고속인터넷망을 기반으로 넷플릭스가 막대한 수익을 가져간 셈이다.
KT가 지난 1월 콘텐츠 전문기업인 'KT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하고 기업 내 콘텐츠 역량을 총 결합해 미디어 시장에 뛰어든 이유다. CJ ENM과 네이버를 거친 방송 기획 전문가인 김철연 대표도 영입했다.
흥행 미리 예상하는 AI 모델도 개발
KT의 강점은 콘텐츠 제작부터 미디어 유통까지 그룹 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KT의 웹툰·웹소설 자회사인 스토리위즈가 보유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KT 스튜디오지니에서 드라마, 영화, 예능 등을 제작하고, 스카이티브이, 올레tv, 시즌, 지니뮤직 등 그룹 내 미디어 플랫폼으로 유통시킨다는 구조다.
누적된 미디어 시청 관련 빅데이터 역시 KT의 주요한 역량이다. KT는 1,300만 IPTV 가입자 시청 경험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흥행 예측 모델'도 만들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콘텐츠를 10개 등급으로 나눠 미리 흥행성을 평가하는 모델"이라며 "작년 모두가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던 '더 킹'의 경우 우리 예측으로는 흥행 지수가 2등급으로 나왔으며, 실제로 2등급 수준으로 흥행했다"고 말했다. 이는 넷플릭스를 세계 최고 OTT로 성장시킨 비결이기도 하다. 넷플릭스가 지난 2013년 출시한 흥행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경우 이용자의 선호도 빅데이터를 분석해 배우, 스토리, 감독 등을 정한 대표 사례다.
KT는 성공할 수 있는 IP 확보에도 100억 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3년 말까지 원천 IP 1,000여 개 이상, 드라마 IP 100개 이상의 콘텐츠를 구축할 방침이다.
다만 넷플릭스에 이어 국내 OTT들까지 모두 흥행 콘텐츠와 IP 확보에 열을 올리는 만큼 KT가 유의미한 콘텐츠 확보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KT, 웨이브, 티빙 등 국내 업체들은 향후 3년간 3000억~4000억 원가량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넷플릭스는 올해만 국내 콘텐츠 수급에 5억 달러(약 5,6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김철연 KT 스튜디오지니 공동대표는 "경쟁사의 경우 IP와 2차 저작권까지 다 가져가는 반면, 우리는 처음부터 IP 수익을 일정 부분 공유할 생각"이라며 "이런 윈윈할 수 있는 구조로 경쟁력 있는 중소 제작사와 힘을 합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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