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목 등 장부 정보와 현장 정보 불일치
토지대장·농지원부 등 등록 정보 제각각
통합관리 대상 토지에 농지만 빠져 있어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 시급히 적용해야"
경남 거창군의 한 농지는 수년 전 땅주인이 사망해 상속됐는데도 토지대장엔 여전히 소유주가 고인으로 기록돼 있다. 경기 안성시의 한 토지는 애초 임야였다가 최근 개간돼 농지로 전용됐지만 토지대장엔 임야로 남아 있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어촌특위)가 지난해 말 경남과 경기 일부 지역의 농지 실태를 전수조사했을 때 드러난 사례들이다.
농지와 관련한 장부상 정보와 현장 상황이 전혀 다르거나 농지 정보가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어 정부의 농지 기록 관리감독이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한 관리가 결국 최근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사례처럼 농지 투기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농어촌특위가 지난해 9~12월 경남 거창과 경기 화성 안성 여주 지역 농지 8,128필지를 조사한 결과, 장부 정보와 현장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비율이 전체의 13.1%에 달했다. 경지 정리 및 도로 개설 상황이 장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거나, 장부상 지목과 필지별 면적, 소유자 정보가 실제와는 다른 경우가 적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토지대장에 논, 밭, 과수원으로 기록된 농지를 193만ha로 파악하고 있지만 지목이 바뀌고도 변경이 안 된 경우가 적지 않아 이를 100% 신뢰할 수 없다"며 "변경 사항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토지대장에 바로 반영해야 하는데 인력난 등의 이유로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전국 논밭 경지면적은 지난해 156만ha로 토지대장상 농지 면적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정부가 실제 농사 짓는 사람에게 발급하는 증명서인 농지원부나 농업경영체 등록 등의 행정자료도 정확한 농지 정보를 담고 있지 못했다. 농지원부는 1,000㎡ 이상 농지에서 경작 중인 농업인의 농지현황, 소유 및 이용실태를 지자체가 파악한 행정자료용 장부를 말한다. 그러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지원부 등록률은 고작 70%에 그쳤다. 1,000㎡ 미만 농지는 작성 대상에서 제외되는 데다 1,000㎡ 이상 농지 소유자도 등록이 의무가 아닌 탓이다. 실제 이번 농어촌특위 조사에서도 농지원부 등록률은 47.4%에 불과했다. 지자체가 직권으로 파악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전국 모든 농지를 이런 식으로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
농사 짓는 농업인이나 농업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농업경영체로 등록되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있고 세제 혜택도 많아 등록률이 80~90%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농업경영체 등록으로는 해당 농지의 자경이나 임대차 여부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조병옥 농어촌특위 농지제도개선 소분과장은 "농지개혁(1949년) 이후 70년이 넘도록 농지의 체계적 관리에 관해 제대로 된 검토가 한 번도 없었다"며 "국가가 농지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국토교통부의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처럼 농지 영역에서도 파편화된 정보를 한데 모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은 기존 18종으로 분산돼 있던 부동산 증명서를 하나의 정보관리체계로 통합한 서비스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관할지역 토지 도면부터 각종 지적 정보, 소유자 현황 등 부동산 정보를 종합 관리하도록 지원한다. 농어촌특위 전수 조사를 진행한 이문호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에서 농지가 빠져 있는데 농식품부도 전체 농지를 총괄할 수 있는 통합관리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선 전국단위 농지 소유 및 이용 실태 조사가 필요하고, 소유권 이전 등 농지 권리 이동을 관리할 별도 관리감독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도 대안을 마련 중이다. 농식품부는 1973년부터 농지 관리를 위해 도입된 '농지 원부'를 '농지 대장'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지 원부가 농업인 토지 소유 추이를 담은 반면, 농지 대장은 토지대장과 마찬가지로 해당 필지 이력을 파악하기에 용이해 체계적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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