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마포문화재단 국악축제 '꼬레아 리듬터치'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가수 이정봉
"굿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행복을 비는 우리의 문화유산이라고 봅니다. 작두를 타며 귀신을 쫓는 '무서운 음악'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어떤가요(1996)'로 친숙한 발라드 가수 이정봉(47)이 우리 굿을 현대적으로 재창작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다. 그는 30일 마포문화재단이 개최하는 국악축제 공연 '꼬레아 리듬터치'에 예술감독으로 참여했다. 최근 서울마포음악창작소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이정봉은 발라드 가수가 국악에 손 댄 배경을 두고 "100곡이 넘는 곡을 발표하는 동안 국악도 많이 불렀는데 다양한 장르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음악"이라고 말했다.
'꼬레아 리듬터치'의 주제곡은 이정봉이 편곡한 '밤섬 부군당 도당굿'이다. 원래 사람이 살았던 한강 밤섬은 1960년대 여의도 개발 과정에서 폭파돼 수많은 실향민을 낳았다. 밤섬에 있던 부군당(신을 모신 사당)에서 행해졌던 도당굿은 역사를 간직한 채 전승되며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한을 달래줬다. 2005년 서울시 무형문화재(35호)로 지정됐다.
굿을 요새 감각에 맞춰 흥겹게 만들기 위해 무려 14인조 프로젝트 밴드가 결성했다. 그것도 국악, 클래식, 밴드의 장르를 초월한 결합이다. 소리꾼(김유리)이 굿을 부르고 대금·해금·나각 등 국악기와 전자기타·베이스·드럼 연주자, 바이올린·비올라·첼로 연주자가 합세했다. 공연 후반부에는 비보이 그룹(라스트포원)까지 등장한다. 이정봉은 "국악기와 양악기의 음정을 서로 맞추기가 쉽지는 않지만, 일단 어우러지기만 하면 훌륭한 화음이 나온다"며 "실향민의 아픔을 표현하는 데는 국악기의 음색 만한 것이 없다"고 했다.
편곡된 도당굿은 4개 테마로 구성돼 있다. △평화롭게 살았던 과거를 시작으로 △"하늘아래 좋은 땅"을 빼앗긴 시간을 거쳐 △밤섬에 퇴적물이 쌓이고 철새 유원지로 거듭난 회복기를 지나 △현대적으로 다시 태어난 도당굿이 연주된다. 이정봉은 "8분의 6박자가 4분의 4박자가 되기도 하면서 템포가 자유롭게 변해 지루하지 않다"면서 "가사의 80% 이상은 원곡에서 가져와 오마주의 성격이 크지만, 처음 들어보는 신선한 음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일 공연은 오후 7시 30분 마포문화재단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TV를 통해 온라인으로 볼 수 있다. 이정봉은 6월에도 국악의 재해석 작업을 이어간다. 서울 애오개 지역에서 유행했던 산대놀이(탈춤)를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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