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단체장에게 듣는다>?
제주공항 안전 위협할 정도 포화 상태
무산되면 대안 없어 정부가 결단해야
?제2공항 '퀄리티 관광' 위해서도 필요
가덕도 공항 일사천리 정부 '이중잣대'
"대선? 도전하게 되면 비전 잘 준비할 것"
‘제주도에 공항이 2개나 있을 필요 있나. 필요하면 있는 공항 확장해서 쓰면 되지.’
지난달 제주 제2공항 건설 찬반 여론조사에서 나온 ‘반대 우위’ 결과는 제2공항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는 제주도 입장에선 못마땅할 수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그러나 “세간의 그런 인식보다 더 서운하고 못마땅한 것은 정부”라며 “세월호를 겪고, 안전을 중시한다는 정부가 이렇게 정책을 펼쳐도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국제공항은 이미 항공기 운항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포화 상태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와 관련해 제대로 된 언급 한번 없었다고 한다. 원 지사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당정이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는 모습과 비교하며 “어떻게 이런 이중 잣대가 있을 수 있느냐"고 격정을 쏟아냈다. 제2공항 건설 추진 입장을 재확인하며 각종 논란을 정면 돌파하고 있는 원 지사를 지난 17일 제주도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우세했는데, 계속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론조사는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을 좁히기 위해 참고용으로 실시된 것이지 정책 결정용이 아니다. 어떤 도민들이 얼마나 찬성했고, 얼마나 반대했는지 또 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여론조사 실시에 동의했던 것이다. 사업 진행 여부를 묻고자 했다면 여론조사가 아니라 주민투표를 했을 것이다.”
-정부에 건설 추진 입장을 전했다. 설문 조사결과는 어떻게 해석한 것인가.
“여론조사는 전체 도민과 예정지인 성산읍 주민 두 그룹을 대상으로 했다. ‘성산읍 주민들은 반대한다’는 게 공항 건설 반대 논리였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압도적 찬성으로 나왔다. 전체 도민 상대로 한 두 여론조사에선 찬반이 오차범위 내라 어느 쪽이 우세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오차 범위 내에서 반대가 높다는 조사결과를 보니 예정지에서 먼 지역, 또 젊은 층과 여성 응답자 비중이 높았다. 이는 접근성, 균형발전, 환경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
-여론조사 결과를 따를 생각은 없었나.
“지금 이걸 무산시키면 대안이 없다. 제주공항은 이미 포화 상태이고, 안전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다. 반대 단체는 계속해서 기존 공항을 넓혀 연 4,000만명까지 받으라고 이야기 하는데, 이것은 여러 전문가 토론을 통해 이미 어렵다고 결론이 났다.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계획을 무산시키는 것은 도지사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논란이 계속되더라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나에게 주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토교통부에서 여론조사에 대한 제주지사 입장을 공식적으로 요청해왔다. 여기서 물러선다면 정부는 ‘제주도가 추진 의사가 없으므로 손 털겠다’는 식으로 해석하며 악용할 수 있다. 제2공항은 나도 일관되게 공약한 사업이지만, 정부가 추진한 국책사업이다.”
이 대목에서 원희룡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도 제2공항 조기 개항을 공약했다”고 했지만, 문 대통령이 2017년 4월 대선 후보 시절 제주를 찾아 약속한 것은 제주 제2공항 개항 ‘지원’이었다. 절차적 투명성과 지역주민과의 상생도 그 지원 조건으로 내걸렸다.
-정부가 왜 이렇게 소극적이라고 보나.
“제2공항 건설 반대 단체들은 대체로 현 정권을 지지했고 제주 국회의원·도의원들과 연결돼 있는 측면이 많다. 반대 단체 설득과 이견을 조정하라며 정부가 시간을 끌고 있다고 본다. 제주 국회의원들은 애매한 입장을 내놓고 있고, 반대 단체와 당론 뒤에 숨어 있다. 힘든 결정 피할 거면 대통령 왜 하나. 국토부는 왜 존재하나. 대안이 있다면 대통령이 무산시켜라.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죽이든 살리든 대통령이 결정해야 한다.”
-안전 문제 때문에라도 제2공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제주공항 계류장에서 비행기들 접촉사고가 나고 있고, 하늘의 비행기는 제때 착륙을 못 해서 제주 하늘에서 선회하다 내린다. 그런데 반대 단체들은 지금 공항 넓히자고 주장한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나라가 공항 안전 문제에 대해선 이래도 되는지 묻고 싶다.”
-제2공항 건설 목적에 안전문제 이외에 다른 것이 있다면.
“쾌적한 품질 위주의 관광과 고급 관광을 위해 필요하다. 제주도는 저가 단체 관광에서 벗어나 생태 휴양, 문화 체험 중심의 관광으로 차별화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제주공항은 도떼기시장 수준이다.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 김밥과 컵라면 먹는 현실은 질적 관광에 맞지 않는다. 싸구려 관광으로 가면 손해다. 또 일정짜기 유리한 시간대에 비행기가 몰리면서 항공요금은 물론이고 제주여행 패턴도 상당히 왜곡돼 있다. 공항이 처리할 수 있는 여객 최대용량의 70~80%를 유지하면서 쾌적하게 제주의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
-요즘 전국이 땅 투기 문제로 시끄러운데 제2공항 예정지는 비교적 잠잠하다.
“당시 공항 후보지 33군데가 나왔다. 이들 지역에 투기 붐이 일었고, 예정지 확정 발표 전에 토지거래가 급증했던 건 사실이다. 제주도 공무원들은 용역단에서 빼고, 관련 정보 일체를 못 받게 했다. 그런 일 생기면 공항 사업 자체가 무산되기 때문에 나한테도 발표 당일 보고하라고 했다. 발표 직후 토지거래 허가제를 실시했다. 농사 안 짓는 토지주에게 처분 명령을 내렸고, 1년 뒤부턴 매년 이행강제금을 매기고 있다." (제주도는 2015년부터 3단계에 걸쳐 농지 소유주 조사를 실시했고 2018년부터는 매년 정기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야권의 대권 주자로 계속 거론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도 제주에서 2011년 시작했다. 2014년 도지사 취임 후 풍력 발전, 전기차 등 '2030 탄소 없는 섬' 비전을 제시했다. 유엔에서 한국 대표 사례로 발표됐을 정도다. 여러 사업들이 하나씩 구체화되고 있다. 그 동안 제주도정에 전념해왔다. 도전하게 되면 모든 걸 걸고 내가 가진 비전을 잘 준비해서 국민들과 소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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