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선박 발주 폭주...한국이 휩쓸어
작년 184척, 올해 1분기에 100척 육박
CGT 기준으로도 벌써 작년의 48%
한국 조선사들이 연초 쏟아진 글로벌 선박 발주를 쓸어 담고 있다. 1분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수주한 선박 수는 지난해 전체 수주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선박 건조 규모 계산 시 사용하는 표준화물선 환산톤수(CGT)도 벌써 지난해 수주량의 절반에 육박했다.
21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9일까지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한 선박은 총 98척이다. 지난해 한국 조선사들이 연간 수주한 선박이 184척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른 수주 속도다.
조선사별로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나란히 19척씩 수주했고 현대중공업은 18척을 따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도 11척의 주문을 받았고, 중소 가스선 경쟁력을 가진 현대미포조선은 벌써 23척을 수주했다. 대선조선(3척)과 대한조선(4척)도 지난해 전체 수주량의 절반을 넘겼다.
이달 19일까지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량을 CGT로 환산하면 387만3,996CGT에 이른다. 지난해 1년간 수주한 808만6,933CGT의 47.9%를 불과 두 달여 만에 달성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29만6,508CGT의 80%에 해당하는 104만2,847CGT를 벌써 수주해 올해 큰 폭의 성장을 예고했다.
연초 조선사들의 수주량 증가는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발주량이 크게 늘어난 게 발판이 됐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2월까지 선박 발주량은 482만 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263만 CGT)에 비해 83%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지난달 말까지 국내 조선사는 250만 CGT를 휩쓸었다. 중국과 일본이 따라오지 못하는 압도적인 1위다.
이는 올해 발주가 대형 컨테이너선과 초대형유조선(VLCC)에 집중된 영향이 크다. 국내 조선사들이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선박들이라 신규 발주가 나오는 족족 한국의 차지가 됐다. 여기에 친환경 선박 바람이 불면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LNG 추진 방식이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등으로 확산된 것도 주효했다. LNG 추진선은 연료탱크 내부를 영하 163도 이하의 초저온으로 유지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 요구돼 국내 조선사들의 독무대다. 선가가 10~20% 높아 수익성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글로벌 선박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며 올해 한국 조선사들이 순항을 예고했지만 신중론은 여전하다. 선박 발주 급증이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줄줄이 미뤄진 지난해 물량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주량이 놀랍게 증가한 것은 맞지만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다”면서 “하반기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본격적인 시황 회복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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