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변호사 심기만 살피나"… '세무사법 개정' 주문 뭉개다 헌재에 "방향 맞나" 되묻는 국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변호사 심기만 살피나"… '세무사법 개정' 주문 뭉개다 헌재에 "방향 맞나" 되묻는 국회

입력
2021.03.22 04:30
19면
0 0

세무사 자격 갖춘 변호사에 '세무사 업무 일부 허용'
2019년까지 법 개정 권고 했지만 1년 넘게 지연
변호사-세무사 갈등에 급기야 위헌 주장까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헌법재판소의 "재입법" 주문을 받아 3년 가까이 세무사법 개정을 논의하던 국회가 헌재에 이례적으로 "이렇게 고치면 문제가 없겠냐"고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 입법부가 만든 법을 사후적으로 판단하는 기관에, 입법부가 사전부터 '고견을 구한다'는 식으로 머리를 조아리는 셈이다.

사태의 발단에는 변호사와 세무사 직역 간 영역 다툼이 자리하고 있는데, 벌써 헌재의 개정 주문 시한을 1년이나 훌쩍 넘긴 탓에 세무사 시장에는 심각한 입법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개정안도 위헌? “헌재에 묻자”는 국회

21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세무사법 개정안 논의를 다음 달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현재 논의 중인 개정안에 위헌 논란이 있으니 이를 헌재에 문의해 명확히 한 뒤 다시 논의하자"는 취지에서다. 대신 헌재가 답변을 주지 않더라도 4월 국회에서는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국회는 2003년 세무사법을 개정해 변호사의 세무사 등록을 금지시켰다. 별도로 회계ㆍ세무 공부를 하지 않은 변호사가 세무사 업무를 수행하면 부실 대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하지만 2017년까지 세무사법에는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한다'는 조항이 남아 있었다. 이 때문에 2004~2017년 사이 등록한 변호사들은 세무사 자격은 있지만 세무사로서 활동은 할 수 없었다.

변호사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재는 2018년 4월 기존 세무사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세무사 자격을 주면서도 등록을 불허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헌재는 그러면서 2019년 말까지는 종전 법의 효력을 잠정 인정하되 국회가 입법을 통해 모순을 고칠 것을 권고했다.

한국세무사회와 감정평가사협회, 관세사회, 공인노무사회, 대한변리사회, 한국공인중개사협회로 구성된 '전문자격사 단체 협의회' 회장들이 2020년 11월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세무사회 제공

한국세무사회와 감정평가사협회, 관세사회, 공인노무사회, 대한변리사회, 한국공인중개사협회로 구성된 '전문자격사 단체 협의회' 회장들이 2020년 11월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세무사회 제공


변호사 반발에 입법 시한 넘겨

이에 20대 국회 기재위는 변호사가 일정 기간 교육을 받으면 기장, 성실신고 확인 등 일부 업무를 제외하고 세무 업무를 대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2019년 11월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후 변호사들의 반발로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지 못했다. 결국 헌재가 제시한 입법 개선 시한(2019년 말)을 넘겼고, 그 사이 국회가 21대로 바뀌면서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게 됐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대 국회 개정안과 유사하게 재발의한 개정안은 이번엔 위헌 논란에 부닥쳤다. 변호사들은 “일부 업무 배제는 여전히 변호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 출신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도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과 국회 기재위 전문위원이 “위헌 걱정은 없다고 판단한다”고 했지만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 급기야 올 3월 국회에서 세무사회, 변협이 각각 추천한 전문가 4명을 초청해 의견을 들었지만, 결국 결론을 못 내린 채 “헌재에 물어보자”는 합의를 한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주최로 12일 열린 '세무사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대안 긴급좌담회'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제공

서울지방변호사회 주최로 12일 열린 '세무사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대안 긴급좌담회'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제공


세무사 등록도 지연… "결국 모두가 손해"

입법 지연이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합격한 세무사들은 아직 정식 세무사 등록을 못 하고 있다. 헌재 결정에 따라 세무사 등록 관련 조항이 2019년 말로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임시로 세무사 등록 번호를 받긴 했지만 정식 등록이 아닌 터라 정상적인 업무를 하는 데 제약이 있다.

마찬가지로 세무사 자격을 갖춘 변호사의 세무사 등록도 미뤄지고 있다. 변호사와 세무사의 팽팽한 대립이 양측 모두에 손해를 끼치고 있는 것이다.

세종 = 박세인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