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서울서만 6억원, 전국 19억원 피해
검거 위주 수사→범죄 단계별 연결고리 차단
중계기 설치 161대 적발…13명 검거·1명 구속
'집중 대응조직' 신설…"연중 단속으로 척결"
경찰이 보이스피싱 범죄를 상대로 집중대응을 예고하며 전쟁을 선언했다. 특히 그간 범인 검거 중심으로 이뤄진 수사에서 더 나아가, 보이스피싱 범죄를 이루는 단계별 연결고리를 끊는 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총책을 검거하기 위한 수사는 지속하면서도 실제 피해 사례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취지다.
작년 서울 하루 6억원대 피해…경찰 "올해내 50% 감축 목표"
서울경찰청은 21일 "반사회적 민생침해 범죄인 보이스피싱 척결을 올해 핵심과제로 선정했다"며 "올해 안에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 50% 감축을 목표로 집중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11월 수사과에 '보이스피싱 집중대응팀'을 신설해 기존 전략과 대응방식을 전면 재검토한 뒤 지난 달부터 새 수사방식을 도입했다.
그동안 경찰은 범인검거와 제도개선·범죄예방을 위한 대외협력·홍보활동을 해왔지만 통신기술 발전으로 범행수법이 교묘화·고도화되면서 발생건수와 피해금액은 오히려 증가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만 하루 평균 25건, 6억원대 피해가 발생했다. 전국 단위로는 하루 평균 87건, 19억원 가량의 피해가 매일 나타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그간 연구결과를 토대로 '보이스피싱 집중대응 종합대책'을 수립, 지난 달부터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1계를 컨트롤타워로 삼고 '집중 대응조직'으로 확대 편성해 범죄데이터에 기반한 수사로 방향을 전환했다. 특히 전화번호와 IP, 금융거래내역 등을 분석해 보이스피싱 조직이 이용하는 일명 '사설 중계기'를 추적·철거하는데 집중했다.
'부업·재택 알바' 주의보…속아서 중계기 설치했다 "아뿔싸"
사설 중계기는 국외에서 건 인터넷전화를 '010' '1566' 등으로 시작하는 국내번호로 위·변조해주는 장치로 주로 중국 등 해외에서 들여온다. 지난달 16부터 이달 10일까지 집중단속을 벌인 경찰은 전국 52개 장소에서 사설 중계기 161대를 적발·철거했다. 유심칩 203개, 홈카메라 7대, 노트북 1대, 대포폰 25개를 압수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사설 중계기 설치 관련자 13명을 검거했고, 이중 범죄를 인지하고도 관여한 A씨(26)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및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아르바이트 모집 사이트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포섭돼 자택 또는 비어있는 원룸, 고시원 등에 사설 중계기를 설치·관리하고 일부는 현금수거책의 역할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경찰은 최근 보이스피싱에 이용되는지 인지하지 못한 채 '인터넷 모니터링 부업·재택 아르바이트'와 같은 명목의 광고에 넘어가 자신의 집에 사설 중계기를 설치했다가 수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광고를 보고 연락하면 본인 또는 지인의 주거지에 기계를 설치하도록 하고 월 15만~2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미끼 문자'에 나와있는 휴대전화, 지역 및 대표번호로 전화할 경우 이 중계기를 거쳐 국외의 인터넷 전화로 연결된다. 이후 안내에 따라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할 경우 112로 전화를 걸어도 범죄자들에게 전화가 걸리는 등 사실상 피해자의 폰은 장악된다. 아르바이트 명목으로 중계기를 설치할 경우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공조하게 되는 셈이다.
범죄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중계기를 설치했을 경우 참작될 수 있으나, 불법 인식이 있는 상태에서 금전 대가를 받은 경우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광고를 통해 제안을 받아 자택에 사설 중계기를 설치했거나, 임차한 공실에 사설 중계기로 의심이 되는 기계가 설치돼 있는 것을 발견한 경우 반드시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강조했다.
범행 단계별 차단으로 피해 최소화…"사설 중계기 신속 제거"
아울러 경찰은 시점과 장소, 수법이 달라 별개인 것처럼 보이는 보이스피싱 범죄들 사이에서도 구체적 연관성이 있는 경우가 상당수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자체 개발한 전문 프로그램을 통해 각 경찰서 개별 사건들을 분석 후 같은 조직의 소행으로 보일 경우 병합해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종합 수사하는 협업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검사 사칭·대출 안내 문자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접근 후 직접 통화하는 음성 접근, 악성앱 설치, 피해금 수거 등 일련의 단계를 거쳐 이뤄진다는 점에 착안해 각 단계에서 최대한 빠르게 차단해 피해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통신사와 IT업체, 은행권 등 유관기관과 협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이 설치한 사설 중계기 위치를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특정, 연중 지속 단속해 범죄를 차단할 계획"이라며 "범죄 이용목적 인터넷전화 및 대포폰·유심칩 불법 개통·유통 행위를 수사하는 등 범죄예방 및 차단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기법을 발굴해 단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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