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도 MB도 박근혜도 '내곡동'으로 몸살…왜 내곡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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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도 MB도 박근혜도 '내곡동'으로 몸살…왜 내곡동인가

입력
2021.03.20 16:58
수정
2021.03.2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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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권력과 얽혀 논란 반복
오세훈 가족 특혜 논란 11년 만에 소환
MB·박근혜 모두 내곡동에 사저 지으려던 계획 무산

서울 서초구 내곡동 지도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논란이 됐던 땅을 표시한 모습. 그래픽=송정근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아내의 내곡동 땅 셀프 특혜 논란으로 '내곡동'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곡동 문제를 파헤치는 데 당력을 집중하고, 오 후보는 방어에 사활을 걸면서 내곡동은 다음달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죠.

그런데 기시감이 듭니다.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서울 서초구 내곡동이 정치권을 정쟁의 소용돌이로 몰고 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내곡동은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지낸 2002년부터 19년 동안 여러 차례 논란의 대상이 됐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부지 매입 논란으로 정치권은 관련 수사를 맡길 특별검사까지 지명했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부지 문제가 국정농단 사건과 맞물리며 큰 비판에 맞닥뜨렸습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얼굴을 만지고 있다. 오대근 기자

내곡동이 매번 논란의 땅이 된 건 강남 3구에 남은 마지막 '노른자 땅'이기 때문입니다.

강남 3구에 있으면서도 개발 이슈가 남아 있어 땅값이 뛸 가능성이 큰 곳이죠. 강남보다 값이 싸 매입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도 적습니다. 경부고속도로와 맞닿아 있고 KTX 수서역과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 가치가 높은 땅이라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이 '대박'을 노린다는 얘기까지 나왔죠. 오 전 시장 가족이 보유한 내곡동 토지가 보금자리주택 사업 지구로 지정된 과정을 두고 '권력을 이용해 시세차익을 노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같은 맥락이죠.

주목받던 내곡동...MB 서울시장 취임 이후 들썩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모습. 배우한 기자

내곡동이 논란의 대상이 된 건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 되면서 시작됩니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취임하기 전인 2001년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고건 전 시장은 내곡동 근처에 대규모 추모공원 건설 계획을 발표합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결국 추모공원 건립을 철회했죠.

같은 해 국가정보원과 국군기무사령부는 내곡동을 두고 힘겨루기를 합니다. 기무사는 1999년 서울 종로구의 사령부 건물을 헐고 내곡동에 있는 국가정보원 근처로 이전을 결정하는데요. 국정원은 '정보기관이 가까운 거리에 모여 있으면 안 된다'며 기무사 이전을 반대했죠. 결국 기무사는 내곡동으로 이사가려는 계획을 포기했습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신세였던 내곡동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 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갑니다. 2004년 2월 노무현 정부가 내곡동을 군사시설 보호구역에서 해제하면서 땅값이 들썩일 것이란 관측이 나왔죠.

정부는 1년 뒤인 2005년 5월 내곡동 일부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침을 발표하고, 이듬해 3월 그린벨트를 풀었습니다. 곧 내곡동 개발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는데요.


2010년 지방선거 때도 논란 된 오세훈 가족 특혜 의혹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김원이(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내곡동 땅 특혜 의혹에 대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해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내곡동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에도 이어졌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첫해였던 2008년 9월 정부가 수도권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내곡동의 그린벨트가 추가로 해제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2010년 4월 국토해양부는 내곡동을 수도권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하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합니다. 이 시기에 6·2 지방선거가 치러졌는데요. 당시에도 오 전 시장 가족의 땅이 보금자리주택지구에 지정된 걸 두고 특혜 논란이 일며 선거 쟁점이 됐죠. 당시에는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한명숙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습니다.

한 후보 측은 당시 "오 후보의 배우자 및 처가 쪽 친인척 5명이 소유한 내곡동 소재 밭이 오 후보가 시장으로 재임하는 중 그린벨트가 해제돼 보금자리주택 내곡지구로 지정됐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오 후보 측은 "정부에서 지정한 것으로 서울시와 무관하다"고 반박했죠.


MB 아들 시형씨와 靑의 수상한 내곡동 매입

2012년 10월 25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가운데)씨가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내곡동 사저 특검에 소환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 전 대통령은 정권 말기 내곡동 사저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습니다. 2011년 5월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와 청와대가 내곡동 땅을 사들인 게 발단이 됐죠. 청와대와 시형씨가 땅을 사면서 공시지가(약 19억 원)의 약 세 배에 가까운 54억 원을 지출해 논란이 됐습니다.

매입 과정에서 청와대가 시형씨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내 국민의 혈세가 대통령 일가를 위해 쓰였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는데요. 원래대로라면 시형씨가 청와대보다 더 많은 돈을 내야 합니다. 시형씨가 낸 돈은 사저 부지 매입 전체 비용의 20.7% 수준인데 그의 부지 지분율은 54%나 됐죠. 청와대와 시형씨가 매입한 땅 중 '내곡동 20-17번지'는 내곡동의 금싸라기로 알려졌죠.

또 부지 매입 전 원주인이 불법 증축을 했고, 부지 형질 변경도 이례적으로 빠르게 승인이 났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아울러 토지거래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매입했고, 이 전 대통령 가족의 거액 대출 특혜 의혹까지 나왔죠.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 본인의 명의로 땅을 사지 않아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이란 논란과 함께 편법 증여 의혹,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MB와 김윤옥씨, 사저 문제로 검찰에 동시 고발된 첫번째 대통령 부부

서울동부구치소 수감 도중 기저질환 치료를 위해 50여일 동안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월 10일 오후 퇴원해 안양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민심 이반이 가속화하자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은 '내곡동 사저 건립 백지화'를 요구했죠. 이 전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며 내곡동 사저 건립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고 서울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힙니다. 당시 임태희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인종 경호처장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죠.

그러나 통합진보당이 이명박 대통령 부부를 고발하면서 검찰 수사로 이어집니다. 현직 대통령과 부인이 함께 형사 고발된 건 이때가 처음이었죠. 그러나 늑장 수사, 봐주기 수사 의혹이 계속 나왔고, 검찰은 2012년 6월 대통령 내외와 아들 시형씨, 청와대 관련자 모두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죠.

민주당은 2012년 7월 검찰의 부실 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 특검법'을 발의합니다. 특검법은 대선을 한 달 앞둔 같은 해 9월 국회를 통과했는데요.

내곡동 사저 특검은 18대 대선의 변수로 떠올랐죠.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검찰의 정권 봐주기 수사를 비판하며 검찰개혁을 약속합니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에서 검찰은 정치에 개입해 왔고 수많은 피해자들이 나왔다"며 "검사가 국민의 직접적인 견제와 감시 속에 자신의 수사와 기소에 대해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강조했죠.

특검은 2012년 11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시형씨가 부지 매입 자금 12억 원을 편법 증여받았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다만 시형씨의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및 배임 의혹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해 이 대통령 일가는 무혐의 처분을 받습니다.


국정원 특활비가 朴 사저에…주인 없는 집으로

2017년 5월 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내곡동 자택에서 이사업체 관계자들이 이삿짐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논란은 국가정보원과 연결이 돼 논란이 됐습니다. 국정원이 위치한 곳 역시 내곡동이라 눈길을 끌었죠.

2016년 10월 당시 국민의당 의원이었던 박지원 국정원장이 박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국정원에 '박 대통령 퇴임 후 사저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이듬해 11월에는 청와대로 상납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가 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매입에 쓰였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이는 검찰 수사로 이어졌습니다. 검찰은 2018년 1월 박 전 대통령의 재산 추징 보전 명령을 청구하기로 하고 청구 대상에 내곡동 자택을 포함시킵니다.

2017년 12월에는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였던 최순실씨가 박 전 대통령을 움직여 부동산 개발 청탁성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납니다. 최씨는 당시 내곡동 '헌인마을' 개발자에게 국토교통부 뉴스테이 사업지구로 지정될 수 있게 해주겠다며 수십억 원을 받기로 약속합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박근헤 전 대통령이 2월 9일 오후 서울 성모병원을 떠나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고영권 기자

검찰 수사 결과 박 전 대통령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통해 국토부에 헌인마을 사업지구 지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밝혀집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자택은 가압류 상태가 되면서 주인 없는 집이 됩니다.

박 전 대통령도 이 전 대통령도 내곡동 땅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결국 두 사람 모두 내곡동에는 발도 딛지 못하게 됐습니다.


류호 기자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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