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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한테 어머니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

입력
2021.03.21 10:00
수정
2021.03.21 11:00
0 0

한 누리꾼의 고객 호칭 제안 두고 논란 뜨거워져
누리꾼들 "부를 수 있다" vs "시대착오적 써서는 안 돼"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어쩌다 들어간 가게에서 '어머님' 혹은 '아버님'이라고 불린 경험, 있으신가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객한테 어머니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하루 만에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며 화제가 되었는데요.

글 작성자는 최근 한 전자제품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받으러 다녀왔는데, 직원이 자신에게 "어머니"라고 부르며 안내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은 40대 초반 여성으로 어머니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비혼일 수도 있고, 결혼했어도 아이가 없을 수도 있지 않으냐"며 고객에게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남겼습니다.

이 글은 곧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옮겨졌고 1,000개 넘는 댓글이 달리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글 작성자의 의견을 두고 누리꾼들의 의견이 엇갈렸는데요.


"어머니라는 호칭은 시대착오적"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누리꾼들의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우선 글 작성자의 입장에 동조하는 쪽입니다.

한 누리꾼은 "아이도 낳아보지도 키워보지도 않은 사람 입장에선 어머니라는 말이 참 듣기 불편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한 보험회사에서 전화를 받았을 때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짜증이 나 전화를 끊어버리고 싶었다고 전했습니다.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무작정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반응도 있었는데요. 최근 비혼과 난임 등을 이유로 아이를 갖지 않는 여성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은 아이가 있는 엄마가 맞지만 "그 사람들의 엄마는 아니기 때문에 어머님이라고 불리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대신 나이, 성별 구별 없는 호칭인 '고객님'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한편 어머니라는 호칭에 반대하는 누리꾼들은 음식점에서 '이모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도 잘못됐다고 주장합니다. 처음 본 사이에 쓰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거죠.


“어머니라서 어머니라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어머니라는 표현을 써도 큰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인 이들도 많습니다. 한 누리꾼은 어머니라는 호칭이 "친근함의 표현일 뿐"이라면서 "식당에서도 이모님들이라고 부르지 않냐"는 댓글을 썼습니다. 또 고객들도 마찬가지로 직원에게 '아저씨'라고 부른다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한 누리꾼은 "서비스직은 극한 직업이다"라며 직원이 어머님이라는 단어를 그 의미로 사용한 것이 아니지 않으냐고 지적했습니다. 오히려 꼭 어떤 호칭으로 불러달라는 식으로 따지는 고객들이 과잉 친절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낸 이들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경험을 남겼는데요. 그는 아이와 함께 온 여성에게 "아줌마 돈 떨어졌어요"라고 말을 걸었다가 항의 민원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줌마'보다는 '어머니'가 낫다는 사람도 있다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냐"고 불평했습니다.


콜 센터 직원 "고객이 아가씨, 아줌마라 부르기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비스 현장에서 호칭 논란은 이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다고 해요. 그러나 지금 다시 '어머니'가 논란이 된 이유는 비혼이 늘어났고, 난임과 개인의 선택 등으로 아이가 없는 부부를 배려하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한 통신사 고객 센터에서는 고객에게 "어머니라고 부르지 말라"는 매뉴얼을 내놓았다고 해요.

이 고객센터에서 5년째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씨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2년 전 회사로부터 고객 응대 때 어떤 호칭을 쓸 것인지와 관련한 교육을 받았는데요. 회사 측은 상담사가 고객에게 어머니라고 부르는 콜을 들려주며 고객을 고객님이 아닌 다른 표현으로 부르지 말라고 주의를 줬습니다.

이씨는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설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머니라는 호칭을 쓰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30~50대 사이의 고객들은 이런 표현을 불편해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상담사들이 간혹 친근하게 대하기 위해 가끔 '어머님', '아버님'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교육 이후 이런 표현을 안 쓰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반대로 이씨 역시 호칭으로 인해 불편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는데요. 고객들이 그를 상담사가 아닌 언니나 아가씨로 부르는 것입니다. 한번은 한 고객이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 모르겠는데..."라며 이씨를 곤란하게 했습니다.

고객을 부르는 호칭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누리꾼은 "나는 누군가의 ○○이 아니고, 그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한 명의 고객이자 손님일 뿐"이라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고객이 아닌 다른 말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만큼 논란은 금방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대가 변하면 언어 사용도 달라집니다. 우리가 자연스레 쓰는 호칭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는지, 한 번쯤 차분히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장윤서 인턴기자
박상준 이슈365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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