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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면 무조건 코로나 검사 받아라? 과잉 방역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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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면 무조건 코로나 검사 받아라? 과잉 방역 논란

입력
2021.03.19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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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근무 외국인 대상 전수검사 행정명령 시행
서울시 "외국인 커뮤니티발 집단감염 차단 조치"
대학가 중심 "국적 따라 차별하고 인권침해" 반발

17일 오전 서울 구로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외국인 등이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스1

17일 오전 서울 구로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외국인 등이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스1

서울시에서 일하는 모든 외국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는 서울시의 행정명령에 대해 대학가를 중심으로 "차별이자 인권 침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감염자 접촉 등 개인적 검사 사유도 없고 집단 전파 우려가 높지 않은 일터에서 일하는 경우라도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불편함을 감수할 것을 강요하는 건 부당한 조치라는 것이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전날부터 시내 사업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및 사업주라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에 따라 외국인을 고용한 사업주는 외국인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근로자가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하며, 어기면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등 제재를 받게 된다. 앞서 경기도도 같은 내용의 행정명령을 시행했다.

시행 첫날인 17일 하루에만 시내 임시선별검사소에서 4,149명의 외국인이 검사를 받았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시내 등록 외국인 근로자 수는 전체(44만3,979명)의 13.5%인 6만15명이다. 이번 전수검사 대상엔 미등록 외국인도 포함된 만큼 행정명령 적용 대상은 이보다 많다.

행정명령이 발효되자 외국인 교직원을 채용하고 있는 대학들을 중심으로 즉각적인 반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비대면 수업을 하는 학교가 많아 정책 실효성이 낮은 데다가 무엇보다 특정 집단을 차별대우하는 조치가 '정치적 올바름'에 민감한 대학문화를 거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대는 서울시에 공식 절차를 밟아 이번 조치의 부당성을 주장할 계획이다. 소속 집단이나 생활 반경을 감안해 집단감염 위험성이 있다면 내외국인 구분 없이 모두 검사를 받으면 되지, 단지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검사를 강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논리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번 행정명령이 부당할 뿐 아니라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내 주요 대학들도 해당 행정명령의 이행 방식과 적절성을 놓고 내부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서울시를 상대로 한 문제 제기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의 경우 당장은 외국인 교직원에게 검사 안내를 하되 이후 서울시에 질의서를 발송하는 등의 조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집단감염 차단 위한 조치일 뿐"

17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외국인주민지원본부 옆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17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외국인주민지원본부 옆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서울시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 우려가 커지는 엄중한 상황에서 집단감염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방역책이라는 입장이다. 시는 최근 시내 외국인 확진자가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1~3월 서울시 확진자 중 외국인 비율은 6.3%로, 지난해 말 2.2%보다 크게 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모국 출신끼리 커뮤니티 활동을 한다거나 사업장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과정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어 방역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처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월 용산구에서 발생한 85명 규모의 집단감염도 외국인 커뮤니티에서 발생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사업주들은 안전한 영업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용산구 이태원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외국인 종업원들이 행정명령에 따라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조치할 것"이라며 "(한국 내 외국인들은) 모여서 생활하는 성향이 있어 감염될 위험이 있는 만큼 이번에 확실하게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명백한 인권침해, 어떤 외국인도 반기지 않을 것"

17일 오전 서울 구로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외국인 등이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17일 오전 서울 구로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외국인 등이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서울시의 이번 명령이 보편적 윤리규범인 인권과 평등에 저촉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심지어 우리 사회에서 이미 수 년, 수십 년씩 살아온 외국인마저도 이제 와서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내국인과 구분짓는 조치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식당에서 20년째 일하고 있다는 귀화인 이모(40)씨는 "나는 한국 국적이라 검사 대상은 아니지만, 확진자를 접촉한 것도 아니고 집단감염에 연관되지도 않았는데 외국인이라고 검사받게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흔쾌히 받아들일 외국인 노동자는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불쾌해했다. 서울대 이모 교수는 "감염 위험성이 있어서 검사를 강제하면 몰라도,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검사를 강요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모멸감을 줄 소지가 충분하다"며 "21세기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인지 의심스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도 17일 성명서를 내고 "서울시의 행정명령은 과잉 행정이고 차별과 인권침해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이주노동자들을 감염원 취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지혜 기자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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