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4년, 진보지식인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 ‘문 대통령은 촛불 시민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3년 전 창립한 ‘사회경제개혁을 위한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가차 없이 쓴소리를 토해낸다. 이 단체 회원 16인이 최근 펴낸 ‘다시 촛불이 묻는다’를 통해서다.
포문을 여는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의 서문부터 신랄하다. 이 교수는 “촛불정부로서 사람이 먼저이고 노동이 존중받는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문재인 정부의 약속은 거의 깨진 듯하며 촛불의 기운은 희미하다”고 꼬집는다. 정부는 생태사회경제의 복합 위기가 제기한 대전환의 과제에 제대로 응답하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 저자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부동산 문제를 비롯해 그린뉴딜, 공공의료, 자영업, 소득주도성장, 재벌개혁, 성평등, 비정규직 등 세부 주제를 하나씩 다룬다.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만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은 뼈저리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외면하는 대신 단기 시장조절 정책에 몰두해 온 결과 집값을 잡겠다면서 동시에 부동산 투기를 자극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국토보유세와 기본소득을 결합한 토지보유세 강화, 토지공공임대제 방식의 주택공급 추진 등의 대안을 내놓는다.
김남근 변호사는 플랫폼 경제에서 경제적 지위가 악화하는 자영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추상적인 법에만 의존하지 말고 세부 사안에 관한 기본적인 거래질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대신 시급제 노동자들을 초단시간 노동으로 내모는 주휴수당을 폐지하자고 제안한다. 관점에 따라 공감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경제의 중요한 사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데 있어서 유용한 지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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