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여 정당만 37곳… 35석이면 1당 충분
과반 연정 구성은 늘 난제… 수개월 소요 전망
올 초 네덜란드에서는 과격 시위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화염병과 돌을 던졌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소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경찰도 물대포와 최루탄을 동원하며 이들을 해산시키는 데 사력을 다했다. 수도 암스테르담뿐 아니었다. 헤이그, 로테르담, 에인트호번 등 전국으로 시위가 번졌다.
정부 방역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옆 나라들보다 백신 접종에 늦게 착수한 무능의 결과가 통제 강화라는 게 거리로 나온 시민들의 생각이었다. 도화선은 1월 17일 시작된 야간 통행금지였다.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 30분까지 외출이 금지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네덜란드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연히 마르크 뤼터 총리의 연임은 물건너가는 것처럼 보였다. 마침 1월 보육 보조금 스캔들까지 불거지며 내각이 총사퇴하는 지경까지 몰렸다. 15일(현지시간) 총선 때까지 내각의 역할은 행정부 관리 정도였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였다. 뤼터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당(VVD)은 17일까지 사흘간 치러진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해 원내 제1당이 될 전망이다. 전체 의석 150석 중 35석을 가져가리라는 게 63% 개표된 오전 9시 기준 예상이다. 2위는 24석을 가져가는 진보 성향 민주66당(D66), 3위는 17석을 확보하는 극우 성향 자유당(PVV)일 것으로 보인다.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할 경우 뤼터 총리가 4번째로 네덜란드 총리에 취임하게 된다. 최장수 총리 기록도 따라온다.
비결이 뭘까. 네덜란드는 여러 정당이 공존하는 다당제 국가다. 100% 비례대표제로 총선이 치러진다. 유권자는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하고, 각 정당은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눠 갖는다. 0.6% 이상의 득표율만 기록하면 최소 1석을 얻을 수 있다. 소수정당이 의석을 얻기 쉬운 구조다.
고만고만한 의석 수로 경합하는 정당들 사이에서 강력한 대안 세력이 등장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총선만 해도 참여 정당이 무려 37개였다. 뤼터 총리에게 유리한 구도였다. 17개의 정당이 원내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 중에 두드러진 대항마는 없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평가하는 '국민투표' 성격의 총선에서 재신임됨에 따라 뤼터 총리의 리더십에 다시 힘이 실리게 됐다. 다만 과반(최소 76석) 연정 구성은 늘 난제다. 적어도 2개 이상의 정당을 설득해야 한다. 2017년 총선 뒤 내각을 꾸릴 때도 225일이나 걸렸다. 이번에도 몇 개월이 걸릴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연정 협상이 길어질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