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행위·배타성 비판 목소리 커져
미국에서 지난해 화두로 떠오른 흑인 차별을 넘어 아시아계 차별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미 문화계에서도 인종 다양성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할리우드 홍보대행사 100여 곳이 골든글로브의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고, 그래미 시상식의 '백인 중심 보수성' 편향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골든글로브는 영화 '미나리'를 작품상 후보에서 배제해 홀대 논란을 빚었고, 그래미에서는 수상이 유력시됐던 방탄소년단(BTS)이 후보에 오른 데 만족해야 했다.
16일(현지시간) 할리우드리포터 등 미 연예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할리우드 스타들을 고객으로 둔 대형 홍보대행사 100여 곳이 보이콧을 경고하며 골든글로브에 강력한 개혁 조치를 요구했다.
골든글로브가 영화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활용해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홍보대행사들이 힘을 합쳐 작심 비판에 나선 것이다. 이들 대행사는 성명에서 골든글로브에 차별 행위와 배타성, 비전문성이 만연했고, 일부 영화·TV 제작사와 방송사의 자금 지원을 받으며 부패 의혹까지 불거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골든글로브가 대대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당장 보여주지 않으면 소속 스타 고객들의 골든글로브 참여를 막겠다고 경고했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87명의 회원으로 구성되며, 재정 관리와 시상식 운영 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특히 골든글로브는 지난달 '미나리'를 외국어영화로 분류한 뒤 작품상과 배우상 후보 지명을 배제해 큰 논란을 빚었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연출하고 미국 제작사가 만든 미국 영화지만 골든글로브는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여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미나리'를 작품상과 배우상 후보에 올리지 않았다.
할리우드 스타를 고객으로 둔 홍보대행사들이 보이콧을 경고하며 압박에 나서자 HFPA는 부랴부랴 성명을 통해 회원 수를 최소 100명으로 늘리고 전체 회원의 13%를 흑인으로 채우겠다는 개혁안을 내놨다.
그래미 전 편집장 "그래미 레코딩 아카데미가 BTS 기사 꺼려"
같은 날 미 한류전문 매체 코리아부는 BTS의 그래미 수상 불발 소식과 함께 그래미 공식 웹사이트(www.grammy.com) 전 편집장의 트윗글을 소개했다.
2018~2020년 그래미 관련 업무를 담당한 레이첼 브로드스키는 시상식 이튿날인 15일 트위터에 "(그래미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의 이사진이 BTS 관련 기사는 뒤로 미루게 했다"며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돌이켜보니 이제야 모든 상황이 명확한 것 같다"고 적었다.
그는 또 "BTS가 그래미 수상자가 아니니 크게 다루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그래미 웹사이트가 수상자를 다뤄야 하는지, 유망주를 다뤄야 하는지, 아니면 모두 다뤄야 하는지 정확한 편집 방향은 들은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BTS는 비록 올해 수상하지 못했지만 그래미 시상식 결과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내년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팬들은 투표 과정에 인종적 편견이 작용했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촌평과 함께 이 같은 브로드스키의 트윗글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K팝 전문 칼럼니스트 제프 벤자민도 자신의 트위터에 "아직도 일부 매체가 BTS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바꾸고 싶어하거나 출판을 거절한다"며 미국 매체의 차별적 관행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에디터는 7명을 한 카메라에 담기에는 역부족이니 2명만 찍는 것도 좋겠다고 제안한 적이 있다"는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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