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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4명 사망 美 총격..."용의자 '아시아인 다 죽이겠다'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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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4명 사망 美 총격..."용의자 '아시아인 다 죽이겠다' 말해"

입력
2021.03.17 17:07
수정
2021.03.17 22: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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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마사지업소 1곳, 한국계 2곳
백인 남성 총기 난사 최소 8명 사망
범인 "中은 최고 惡" 혐오 범죄 유력

16일 20대 백인 남성의 총기 난사로 3명이 숨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시 북동부의 골드마사지스파 주변에 출입을 금지하는 경찰의 통제선이 걸려 있다. 애틀랜타=로이터 연합뉴스

16일 20대 백인 남성의 총기 난사로 3명이 숨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시 북동부의 골드마사지스파 주변에 출입을 금지하는 경찰의 통제선이 걸려 있다. 애틀랜타=로이터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州) 애틀랜타에서 마사지 업소들을 대상으로 한 연쇄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한인 4명을 포함, 최소 8명이 숨졌다. 체포된 용의자가 범행 전 “아시아인들을 다 죽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미국사회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해 급증하는 ‘증오범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 시간 사이 아시아계 업소 3곳 잇따라 습격

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애틀랜타 인근 마사지숍 세 곳에서 연쇄 총격이 일어나 현지 주민 8명이 사망했다. AP통신은 “사건 현장은 모두 아시아계가 운영하는 업소”라고 전했다.

첫 사건은 오후 5시쯤 애틀랜타에서 북서쪽으로 50㎞ 떨어진 체로키카운티 액워스의 ‘영스마사지팔러’에서 발생했다. 총소리와 함께 비명이 들리자 이웃 옷가게 주인이 911에 신고했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총상을 입은 5명을 발견했다. 이 가운데 동양 여성 2명과 백인 여성 및 남성 각 1명이 숨졌다. 해당 업소는 중국계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ㆍ3차 총격은 이로부터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오후 5시 50분쯤 애틀랜타 북동부에서 일어났다. 피에몬트거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마사지업소 ‘골드마사지스파’와 ‘아로마테라피스파’에서 한인 3명, 1명이 각각 총에 맞아 현장에서 즉사했다. 지금까지 70대 중반 박모씨와 50대 초반 박모씨의 신원이 확인됐다. 외교부도 “한국계 4명이 사망했다”면서 주애틀랜타 총영사관 영사를 급파해 교민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이 곳에는 한인 및 아시아계가 운영하는 마사지 업소가 여러 곳 영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애틀란타 아시아계 대상 총기난사. 그래픽=송정근 기자

애틀란타 아시아계 대상 총기난사. 그래픽=송정근 기자

수사 당국은 도주하던 용의자 백인 남성 로버트 애런 롱(21)을 몇 시간 뒤 애틀랜타 남부 고속도로에서 붙잡았다. 제이 베이커 체로키카운티 보안관 사무실 대변인은 “롱의 차량이 액워스와 애틀랜타 사건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며 동일범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미 연방수사국(FBI)도 수사 지원에 착수했다.

바이든 “증오범죄 중단” 촉구에도… 코로나19 ‘혐오’ 급증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아시아계 마사지업소을 대상으로 연쇄 총격을 저지른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 로이터 연합뉴스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아시아계 마사지업소을 대상으로 연쇄 총격을 저지른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 로이터 연합뉴스

롱의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지 수사 당국은 아시아계를 표적 삼은 증오 범죄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용의자는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며 강한 적개심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롱은 페이스북에 “중국은 코로나19를 은폐하려 한다” “미국인 50만명을 죽인 것은 21세기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중국) 계획의 일부” 등의 글을 올렸다. 또 중국을 “우리 시대 최고의 악(evil)”으로 규정하며 반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현지 한인 매체 애틀랜타한국일보도 살아 남은 골드마사지스파 종업원 A씨가 인근 한인 업소 4곳에 연락해 “백인 남성이 ‘아시안을 전부 살해하겠다’고 말한 후 범행에 나섰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또 경찰관들이 한인 업소들을 찾아 증오범죄 예방을 위해 영업 중단을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에서는 아시아계 시민을 타깃으로 한 ‘인종 혐오’ 범죄가 급증하는 추세다. 1년 넘게 전 세계를 괴롭히는 코로나19 대유행이 혐오를 부른 결정타였다. 미 인권단체들의 혐오 범죄 신고 사이트인 ‘스톱 AAPI 헤이트(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라)’엔 지난해 3월 19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3,800여 건의 범죄 신고가 접수됐다. 중국계 피해자(42.2%)가 절반에 가깝지만, 한국계 피해(14.8%)도 두 번째로 많았다. 가장 최근인 9일에는 뉴욕의 한 쇼핑센터 인근에서 84세 한인 여성이 ‘묻지마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뉴욕주 검찰은 체포된 40대 흑인 남성 용의자의 증오범죄 혐의를 집중 조사하는 중이다.

인종 혐오가 총기난사란 최악의 범죄로 이어지자 다른 지역들도 모방 범행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뉴욕시 경찰국(NYPD) 대테러부대는 이날 “조지아 총격 사건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시내 아시안 커뮤니티에 경찰력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취임 50일을 맞은 11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동양계 미국인을 노린 악랄한 증오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답지 않은 일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젠 사키 대변인은 17일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끔찍한 총격에 대해 밤사이 보고를 받았다"며 "백악관은 (애틀랜타) 시장실과 계속 연락을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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