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17일 전 세계 미군에 ‘핵 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어 ‘최후 심판의 날 항공기’(Doomsday plane)로 불리는 공중지휘통제기(E-4B)를 타고 한국을 찾는다. 미 국방장관을 태운 E-4B의 한국행은 2017년 당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방한 이후 4년 만으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담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E-4B로 아시아 순방에 나선 오스틴 장관은 첫 목적지인 미 하와이 인도·태평양사령부를 거쳐 16일 일본을 방문 중이다. 17일 오후 한국에 도착해 서욱 국방부 장관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 초대 국방 수장인 오스틴 장관은 미국 역사상 첫 흑인 국방장관이다. 1975년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41년간 군에서 복무한 4성 장군 출신인 그는 백인이 주류인 미군에서 흑인으로서 여러 장벽을 깨왔다는 평가다.
오스틴 장관이 타고 오는 E-4B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항공기의 지휘 기능과 위력 때문이다. 미 국방장관의 전용기로 알려졌지만, 외부 일정 때마다 매번 E-4B를 타진 않는다고 한다. E-4B는 미 대통령이 핵 공격을 명령하면, 인공위성을 통해 전 세계 미군에게 공격 암호를 전달하며 지휘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는 물론 잠수함까지도 전파된다. E-4B는 일부 좌석을 제외하곤 지휘, 통신시설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E-4B 4대를 보유한 미국은 적대국의 핵 공격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최소 1대는 24시간 하늘에 떠 있다. 이 때문에 ‘하늘을 나는 펜타곤’, ‘나이트워치’로도 불린다.
일각에서는 E-4B의 한국행을 대북 경고 메시지로 해석한다. 미국의 전략자산을 아무 이유 없이 움직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당시 미 전략사령부는 E-4B의 훈련 장면을 공개한 바 있다. 2010년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2017년 매티스 국방장관 방한 당시에도 E-4B를 이용했다. 특히 2017년은 북핵 위협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함께 한국을 찾는 오스틴 장관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욱 국방장관이 마주 앉는 ‘2+2 회담’도 참석할 예정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해 현재 진행 중인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연합훈련) 참관이나 판문점, 전방 부대 방문은 따로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등 여러 상황 때문에 일정을 상당히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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