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범행규모 상당히 크다" 징역형 선고
'낙태죄 위헌' 헌재 판단에 2심은 벌금형
대법, '낙태죄 무죄' 유지해 원심대로 확정
낙태수술 후 임산부를 일반 환자인 것처럼 꾸며 진료기록을 허위 작성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까지 받아낸 산부인과 의사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불법 낙태수술을 한 혐의는 무죄 판단이 내려졌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업무상승낙낙태, 사기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정모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정씨는 광주 남구의 한 병원에서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67회에 걸쳐 낙태수술을 한 뒤 현금으로 수술비를 받고, 진료기록엔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는 '상세불명의 무월경' '자궁의 급성 염증성 질환' 등을 거짓 기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허위 진료기록으로 건보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 총 135만 2,000원을 타내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정씨는 낙태수술을 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요양급여를 청구한 데 대해선 "수술 이후 후유증이 발생한 환자들을 치료한 것"이라고 무죄 주장을 폈다.
그러나 1심은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낙태수술을 한 횟수를 감안하면 범행 규모가 상당히 크다"면서 정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봤다. 다만 "현재 헌재가 낙태죄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이고, 형사실무상 낙태죄 처벌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2심은 업무상승낙낙태죄도 유죄로 본 1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2019년 4월 11일 헌재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3개월 후 선고공판이 열려 처벌조항의 효력이 사라진 탓이다. 낙태죄에 무죄가 선고되면서 형량도 줄어들게 됐다.
하지만 헌재 결정과는 별개로, 낙태수술과 무관한 단순 산부인과 질환을 기재한 진료기록을 제출하는 등 건보공단을 기망한 행위와 고의는 인정된다며 사기 등 혐의는 유죄 판결을 유지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사기죄의 위법성도 조각된다'고 했던 정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검사와 정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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