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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이어 호주에서도 "여성 폭력 중단하라" 분노의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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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이어 호주에서도 "여성 폭력 중단하라" 분노의 함성

입력
2021.03.16 18:0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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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개 도시에서 7만명 넘게 참여?
잇단 의회 성폭행 의혹에 분노 폭발
정부의 안일한 대응, 대규모 집회로

15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여성들이 성범죄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규탄하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브리즈번=EPA 연합뉴스

15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여성들이 성범죄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규탄하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브리즈번=EPA 연합뉴스

감염병 위험을 무릅쓰고 지구촌 여성들이 자꾸 거리로 나서고 있다. 각종 폭력에 노출돼 인권을 침해 당하는 현실을 더 이상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 도심이 살해된 여성을 추모하려는 분노의 함성으로 들끓은 데 이어 이번엔 호주 전역에서 쌓였던 성(性)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15일(현지시간)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에 따르면 이날 캔버라, 시드니, 브리즈번 등 40여개 도시에서 ‘정의를 위한 여성 행진’이란 이름 아래 7만명이 넘는 시위대가 모였다. 최근 호주 정치권을 강타한 성폭행 의혹이 도화선이 됐다. 이들은 집회에서 “여성들은 너무 오랫동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분노하고 있다”며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그리고 변화를 촉구했다.

시작은 지난달 연방의회에서 근무하는 브리타니 히긴스란 여성의 폭로였다. 히긴스가 2019년 동료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하자 다른 여성 3명도 집권 보수당 전 직원이 자행한 성폭행 사실을 공개했다. 여기에 크리스천 포터 연방 법무장관까지 성폭행 의혹에 휩싸이면서 사회적 공분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영국 BBC방송은 “의회 내 성폭행 사건은 호주 사회 전반에 걸친 성차별 문화를 여실히 드러냈고, 대규모 시위에 불을 지폈다”고 진단했다.

사태의 엄중함을 간과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은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다. 스콧 모리슨 총리부터 아내와 의회 성폭행 문제에 관해 대화하기 전까지 심각성을 몰랐다고 언급해 물의를 빚었고, 포터 장관에 대한 조사 요구까지 거부했다. 모리슨 총리는 이날 시위를 두고도 “민주주의의 승리다. 이런 시위(대)는 다른 나라에서는 총을 맞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호주 여성들의 분노는 뿌리 깊은 성불평등 구조에서 기인한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호주는 다른 서구 국가들과 비교해 성평등 문화가 뒤처진 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내놓은 글로벌 젠더 격차 보고서에서 호주는 44위를 차지했다. 2006년 15위를 기록한 이후 양성 평등 지표가 계속 퇴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시위는 여성 인권 강화 목소리가 커지는 세계적 흐름 안에서도 의미가 있다. 앞서 지난 주말 영국에서는 30대 여성이 귀갓길에 현직 경찰관에 의해 살해된 ‘영국판 강남역’ 살인 사건에 자극 받은 여성들이 대거 거리로 쏟아져 나와 정부를 규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밤에도 런던에선 여성 폭력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려 참가자 몇몇이 방역 조치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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