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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배터리로 갈아탄 폭스바겐… LG·SK ‘발등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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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배터리로 갈아탄 폭스바겐… LG·SK ‘발등에 불’

입력
2021.03.17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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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그룹 '파워데이'서 배터리 기술 로드맵 발표
K배터리 주력상품 파우치형 대신 각형 통합 셀 선택
"中시장 염두" 평가 속 "K배터리 분쟁이 불씨" 해석도

15일(현지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열린 폭스바겐그룹 '파워데이' 행사에서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그룹 회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제공

15일(현지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열린 폭스바겐그룹 '파워데이' 행사에서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그룹 회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제공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이 차세대 전기차 전략에서 사실상 'K배터리'와 결별을 선언했다. 한국 배터리 업계의 주력 모델인 '파우치형'이 아닌 '각형' 형태의 제품으로 전환을 공식화하면서다. 대신 폭스바겐의 '큰손'인 중국 업체와 협력, 획기적인 배터리 비용 절감 계획을 제시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차지하는 폭스바겐의 비중을 감안하면 당장 국내 배터리 업계에 경고등이 들어온 셈이다.

폭스바겐그룹 "2030년까지 각형 통합 배터리셀로 80% 채울 것"

폭스바겐·아우디·포르셰 등 12개 브랜드를 보유한 폭스바겐그룹은 15일(현지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파워데이' 행사를 열고 2030년까지 추진할 배터리 및 충전 부문의 기술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로드맵의 핵심은 통합화와 내재화를 통한 배터리 비용 절감으로 모아졌다. 토마스 슈말 폭스바겐그룹 이사회 기술 부문 이사는 "우리는 배터리 비용과 복잡성을 낮추면서 수명과 성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 "우리가 가진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배터리 시스템 비용을 KWh당 평균 100유로(약 13만5,000원) 이하로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이를 위해 기존의 파우치형이 아닌 각형 통합 배터리셀로 2030년까지 자사의 전체 전기차 중 80%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배터리 제조 비용을 30~50%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배터리 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선별한 전략적 파트너들과 함께 장기적인 셀 공급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스웨덴의 노스볼트, 중국의 CATL과 궈시안 등이 유력한 전략적 파트너로 꼽힌다. 폭스바겐은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유럽에만 총 6곳의 기가 팩토리를 설립, 연간 240GWh 규모의 배터리 셀을 생산할 예정이다.

폭스바겐그룹은 또 각형 통합 셀을 기반으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폭스바겐이 배터리셀을 각형으로 통합한 것은 장기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전환을 염두에 둔 선택"이라며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미국의 배터리 스타트업 퀀텀스케이프에 총 3억 달러(약 3,400억 원)를 투자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폭스바겐에 외면받은 K배터리의 미래는?

업계 안팎에선 폭스바겐의 이번 배터리 타입 변경은 세계 최대 시장인 '각형' 형태가 주력인 중국을 겨냥해 나온 포석이란 시각을 내놓고 있다. 최근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유럽까지 진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그만큼,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을 기대할 수 있단 얘기다.

일각에선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과정에서 불거진 배터리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도 폭스바겐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은 LG와 SK의 소송전으로 미국 생산분의 배터리 수급 차질이 현실화하자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LG는 최대 고객을 날려버린 셈이고, SK는 현대·기아차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고객을 잃게 됐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결국 부메랑을 불러온 셈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더 큰 문제는 폭스바겐이 지금까지 모듈화·플랫폼 공용화 등 자동차 업계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온 만큼 이날 각형으로 간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 다른 경쟁업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며 "K배터리의 주력 상품인 파우치형 배터리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지만, 폭스바겐의 선택이 이정표가 된다면 K배터리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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