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21→28% 등 전방위 인상 검토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방위 증세 추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기부양안 시행과 조만간 추진할 인프라 건설에 따른 재정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다. 대규모 연방세율 인상은 1993년 이후 약 30년만이다. 그러나 기업 경쟁력 악화 등을 이유로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의회 통과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대선 때부터 증세 방침을 밝혀 온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소득세 등 전방위 인상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법인세와 소득세 등을 포함해 포괄적인 연방세율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통신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세금 감면 축소를 추진한 적이 있지만 포괄적 증세안이 추진되는 것은 빌 클린턴 행정부(1993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게 법인세다. 바이든 행정부는 21%에서 28%로 올리는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는데 이를 뒤집는 시도다. 기업의 수익을 소유주의 개인소득으로 잡아 법인세 대신 소득세를 내는 ‘패스스루 기업’의 조세 특례를 축소하고, 부동산세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소득세는 연 소득 4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와 자본이득이 연간 100만달러 이상인 사람에 대한 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10억달러 자산가에게 1%의 부가세를 추가하는 이른바 ‘부유세’ 추진 움직임도 나온다.
반대 목소리에 법안 통과 난항 예고
바이든 행정부가 증세 카드를 꺼내든 것은 코로나19 경기침체 여파로 재정지출은 증가하고 수입은 감소한 탓이다. 여기에 최근 1조9,000억달러(2,1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풀면서 재정건전성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12월 미 정부 재정적자는 5,729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0.7%나 늘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친환경·인프라 투자 공약 등을 내 건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 재원을 증세로 마련하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미국 조세정책센터(TPC) 분석을 인용, 증세안이 시행될 경우 향후 10년간 2조4,000억달러 규모의 세수 증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법안 통과까진 상당한 난관이 예고된 상태다. 당장 공화당은 기업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증세에 반대한다. 대신 국세청의 세금 징수 집행을 강화하는 데 방점을 둔다. 민주당도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민주당 의원들도 증세 지지에 대해 다소 머뭇거리는 입장을 표명했다”면서 “일부는 감염병 유행 이후 실업률이 높은만큼, 증세 연기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중간선거가 예정된 내년 11월을 넘기면 추진은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번 증세 추진이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공약대로 연 소득 40만 달러 미만인 사람의 세금은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법인세율 하한선 설정도 검토
바이든 행정부는 다국적 기업에 물리는 법인세율 하한선을 설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총대를 메고 글로벌 출혈 경쟁에 제한을 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록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다국적기업의 법인세율 하한선에 관한 원칙적 합의를 끌어내려는 목표를 세웠다는 게 신문의 설명이다. 수십 년간 이어온 각국의 법인세율 인하 경쟁이 글로벌 재정난을 가중하는데다 기업에만 유리하다고 보고,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세재단의 분석에 따르면 1980년 전세계적인 법인세율 평균은 40%였지만, 2020년에는 절반 수준인 23%로 낮아졌다. OECD 역시 법인세율이 30%를 넘는 국가가 2000년 55개국이었지만 지금은 20개국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앞서 옐런 장관은 상원 인준 청문회 때 “세계적인 법인세 하한 설정은 ‘바닥까지 가는’ 파괴적 경쟁을 멈출 수 있다”며 “미국 기업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고, 이 때문에 OECD 협상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WP는 법인세율 하한으로 12%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방안이 실현될 경우 OECD 조세협약에 영향을 받지 않는 국가로 자금이 이동하고,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자체 경쟁력을 해칠 양보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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